[쿠키인터뷰] 김태리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성주의, ‘아가씨’의 가장 큰 장점”

[쿠키인터뷰] 김태리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성주의, ‘아가씨’의 가장 큰 장점”

기사승인 2016-06-10 17:07: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극명한 편이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하게 ‘호’ 뿐인 사람이 있다. 배우 김태리다. 앙큼하고 귀여운 도둑 숙희의 얼굴에서는 자신만만함과 어리숙함 두 가지가 동시에 엿보인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라는 영화 속 내레이션은 김태리라는 배우가 가진 이중적 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영화 개봉 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김태리는 신중하고 똑똑하게 답변을 이어가다가도, 어느 순간 깜짝 놀랄 만큼 환하고 순한 미소를 보여줬다.

신선한 마스크다. 대중이 전혀 몰랐던 신인이지만 그렇다고 ‘생 초짜’는 아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 동아리를 찾아 4년 동안 연기를 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 언론사 인턴 등을 경험했지만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극단에도 들어갔다. 김태리는 이를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연기로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들처럼 크나큰 역경에 부딪히거나, 가족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를 하게 된 건 아니었어요. 비교적 쉽고 순탄하게 흘러왔죠. 그렇지만 제게 전부이기는 해요. 학교생활을 하던 중 찾은 재미난 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저 없이 제 진로로 선택했거든요. 굳건하고 비장하게 ‘직업으로 삼아야 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 보고 싶은 일이어서 나서서 선택했어요.”

두려움은 없었다. ‘연기’라는 막연한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옥죄어 오는 사슬이 될 수 있었겠지만 김태리에게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김태리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김태리의 주변에는 모두 좋은 사람들뿐이었다. 대학 동아리부터 극단을 비롯해 소속사를 선택할 때 까지도.



‘아가씨’ 크랭크 인 전에는 ‘노출 수위 협의 불가’ ‘동성애 연기’라는 문구를 둘러싼 시선의 주인공이 됐고, 개봉 후에는 영화 속 여성주의의 첨단 비슷한 것이 됐다. 여러 모로 화제의 주인공이지만 김태리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시나리오 단계나 촬영 시작 후에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성주의도 크게 의식하고 찍은 것은 아니지만 촬영이 종료되고 나서 느낀 것이 많아요.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평소 성향이나 여성관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았거든요.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작품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좋아요. 영화 속 동성애나 억압 코드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여성주의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가씨’의 커다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영화가 여러 가지를 충족시켜주기까지 하는 거죠.”

어쨌든 큰 고비 하나를 넘었다. 이제는 다음 고비를 선택할 때다. ‘아가씨’로 큰 화제가 됐으니만큼 다음 시나리오를 고르는 데 신중해져야 할 테다. 김태리는 자신의 선택 기준으로 연출자를 꼽았다. 흔히 톱 배우들이 자신의 호오에 따라 연출자를 선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저는 마음대로 활개치며 연기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에요. 한 번 막히면 한 없이 막히고, 어떨 땐 한숨마저 나오는 레벨이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한 초보 처지라, 저를 이끌어주실 감독님이 필요해요.” onbge@kukinews.com / 사진=박효상·박태현 기자"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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