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들, 일부 요양병원서 약물 과잉처방 우려

치매 환자들, 일부 요양병원서 약물 과잉처방 우려

기사승인 2016-07-04 00:35:19

경기도 K요양병원 병실은 밤 9시면 소등한다. 병실에는 치매환자를 포함해 8명이 입원해 있다. 24시간 상주 의사는 없다.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교대근무를 하며 환자를 돌본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한 간호사는 “치매 어르신의 경우 난폭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밤에 불시에 사고가 날 수 있어 수면제나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한정돼 있다보니 합리적으로 환자를 돌볼 방법이 결국 저녁에 약을 먹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치매 환자가 늘면서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치매환자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요양병원의 경우 제한된 인력으로 인해 비급여 약물처방 등 약물 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64만8000여명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62만4000명임을 감안하면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중 30%에 달하는 치매 환자가 요양보호시설에서 거주하며 치료를 받지만, 체계적 관리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을 찾는 치매 노인들의 경우 의료적 돌봄과 지원이 더 필요하지만, 여건 상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치매환자 개개인을 돌볼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비용 부담이 커 약물 투약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의사는 “요양시설의 경우 야간 근무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보니, 빨리 환자를 재우기 위해 약물을 밤 9시에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일부 요양시설에서는 약물 과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들의 경우 행동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과격한 행동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향정신성 의약품들이 처방되기도 하는데,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게 된다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그만큼 효율적인 약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문제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행동조절에 도움을 주는 약물이 건강보험 급여가 삭감돼 비급여로 전환되며 환자 약값 부담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치매센터장)는 “치매 환자의 경우 돌발 행동을 하거나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마다 한 명의 간병인이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비용’ 대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해진 시간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의사들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요양병원에서 비급여 약물에 대한 과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면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복지부에서도 공립 요양병원들을 대상으로 치매 전담실을 설치하거나, 치매 관리 기능을 전문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치매 환자를 위한 특화된 의료서비스가 나오면 이 같은 문제는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치매전문병동 운영, 요양보호사 치매가정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 등을 골자로 하는 치매종합관리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치매환자에 비해 지원책이 부족해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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