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슈체크에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모순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실직을 해서 당장 월급이 나오지 않는데 건강 보험료는 오히려 더 내라는 통지가 온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당황스럽고, 또 이상하겠죠. 그런데 현실은 이렇게 제기되는 민원만 한 해에 6700만 건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오늘 그 내용,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실직을 했는데 오히려 오르는 건강 보험료. 좀 이상하긴 하네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오늘 이슈체크 시간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장윤형 기자, 먼저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대해 설명부터 해주세요. 현재 건강보험은 그 가입자를 어떻게 나누고 있나요?
장윤형 기자▶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4대 사회보험 가운데 하나로, 기존의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변경된 것인데요. 현행 국민 건강보험은 피보험자를 직장 가입자,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역 가입자. 그러니까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 그리고 임의 계속 가입자. 즉 직장 가입자 가운데 퇴직, 실직 뒤 일정 기간 직장 보험료율로 납부를 허용하는 경우 등 4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직장가입자, 그 피부양자, 지역가입자 그리고 임의 계속 가입자. 이렇게 네 종류로 나누는 건데요. 대체 건강보험은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 건가요?
장윤형 기자▶ 사실 건강보험료 부과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형편이 비슷한데도 가입 자격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부과하도록 설계된 탓에, 매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 왔거든요. 누구는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누구는 부과하지 않고, 어느 집 아이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다른 집 아이에게는 부과하지 않는 등 모순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동일 집단, 동일한 부과 기준이라는 보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된 상황인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음. 좀 어려워요.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현재 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먼저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는 그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장윤형 기자▶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은 7가지입니다. 그리고 지역 가입자 중에 먼저, 연간 종합 소득이 500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에게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는데요. 문제는 그 재산에 전, 월세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세와 월세도 재산 목록에 포함된다고요? 그러면 월세를 내면서 사는 지역 가입자가 자가 주택을 보유한 직장 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장윤형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잠시 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요. 먼저 보험료 부과 기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어할게요. 그럼 연간 종합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장윤형 기자▶ 연간 종합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지역 가입자에게는 전, 월세를 포함한 재산과 자동차, 성, 연령, 재산, 자동차 점수를 합산한 평가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합니다. 그래서 연간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가구는 가장 소득이 적은 계층인데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 능력과 관계없이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과 받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 연간 소득이 500만 원이 되지 않는 데도, 건강 보험료를 많이 내라고 한다면, 당연히 체납하는 경우가 늘 수밖에 없잖아요.
장윤형 기자 > 생계형 체납자가 매년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그리고 어린이나 노인 등 소득이 아예 없는 사람도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지 못하면, 지역 가입자의 가구원으로서 성, 연령 등에 따라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직장 가입자인 아이는 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요. 부모가 자영업자인 아이는 날 때부터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죠. 또 가족이 많으면 그만큼 보험료도 올라가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소득이 높으면 어떻게 되나요? 높으면 높을수록 건강보험료는 더 많이 내는 거죠?
장윤형 기자▶ 그렇지도 않습니다. 거기에는 소득 상한선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만약 781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매달 보험료로 238만 9860만원만 내면 됩니다. 월급이 1억 원 이상이어도 내는 보험료는 같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는 불리하고, 고소득 직장 가입자에게는 유리한 구조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렇게 불합리한 건강 보험료 제도. 실제로 당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엄청날 수밖에 없겠어요.
장윤형 기자▶ 그럼요.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제도에 대한 원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된 민원만 6700만 건인데요. 건강보험공단이 올 2월 한 달간,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실직한 뒤 지역 가입자로 바뀐 12만 4978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료의 본인 부담금 변동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요. 평균 5만 5022원에서 9만 2669원으로 1.7배 상승했습니다. 직장 다닐 때보다 건강보험료가 오른 사람은 7만6371명. 61.1%으로, 평균 2.9배나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실직하고 퇴직했다는 건, 소득이 없어졌다는 거잖아요. 그럼 내던 보험료도 낮춰줘야지 왜 오히려 오르는 건가요?
장윤형 기자▶ 실직, 퇴직했는데도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건, 현행 제도가 지역 가입자의 보유 재산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3억 원짜리 주택에 자동차 한 대만 있으면 소득이 전혀 없어도 건강보험료로 월 22만원을 내야 하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다시 말해, 직장을 떠나는 순간 폭탄이 되어 돌아오는 게 바로 건강 보험료네요.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특히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 소득 대비 높은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체납자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장윤형 기자▶ 네. 지난해 생계형 건강 보험료 체납자는 100만 가구 정도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생계형 체납은 낮은 소득 대비 높은 건강 보험료 때문입니다. 얼마 전 우리를 울렸던 송파 세 모녀 사건 기억하시죠? 2014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가족이 자살한 사건인데요. 당시 그들에게는 매달 5만 원 가량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됐습니다. 한 달에 50만원 내는 월세가 재산으로 인정된 데다, 딸들에게 인두세가 부과돼 이들의 소득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을 줬던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데 건강보험료를 매달 5만 원씩 내라는 건 너무 가혹한 짐인 것 같은데요?
장윤형 기자▶ 네. 그렇죠. 그리고 거기서 더 큰 문제는 건강 보험료를 체납할 때 벌어집니다. 저소득층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순식간에 의료 사각지대에 빠지게 되니까요.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와 시행령 제26조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체납자를 상대로 보험 혜택을 차단하는 급여 제한을 할 수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현재 그런 생계형 체납자가 얼마나 되나요?
장윤형 기자▶ 정부가 2013년 건강보험 개편을 위해 만든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이 지난해 낸 보고서를 보면요. 2013년 12월을 기준으로 연소득 500만 원 이하 가구가 599만 6천 가구였습니다. 전체 지역 가입자의 77.7%에 이르는 규모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많은 생계형 체납자가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해서 급여 제한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파서 병원을 찾더라도 건강보험 해택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장윤형 기자▶ 급여 제한 통지를 했더라도, 체납자가 병원에서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있기는 합니다. 2012년부터 연간 소득 2천 만 원, 보유 재산 2억 원 미만. 올해 1월부터 보유 재산은 1억 원 미만으로 기준을 강화했지만, 그에 해당하는 생계형 체납자에게 결손 처분 방식으로 급여비 납부를 면제해 저소득 체납자를 보호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결손 처분도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그나마 기회가 1년에 한 번 정도여서 체납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 또 체납 기간이 길어지면 급여 제한 기간에 발생한 보험 비용을 부당 이득금으로 취급하고요. 건강보험공단이 사후에 강제로 환수하게 되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사후 강제 환수라니. 결국 그 자녀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거군요. 장윤형 기자, 대체 이렇게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없는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장윤형 기자▶ 그건 국내 건강보험 제도를 돌이켜봐야 하는데요. 1977년 도입 뒤, 12년 만에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갖췄지만요. 당시 근로자는 직장사업장을 통해 월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했습니다. 직장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시, 군, 구 단위의 지역 사업장에 속해 월급 대신 소득, 재산, 가족 수 등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했고요.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사업장에 속했고, 그에 걸맞은 보험료 부과 기준이 적용돼 그나마 문제가 적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후에 법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시작된 건가요?
장윤형 기자▶ 네. 2000년 보험 운영 주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됐고요. 당시 직장, 지역 가입자 관계없이 실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보험료 책정 근거로 삼을 소득 자료가 부실했는데요. 결국 다양한 처지의 피보험자가 하나의 운영 주체인 건강보험공단에 묶이면서,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가 서로 다른 대우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이제는 개인별 소득 파악이 정확히 가능하니까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장윤형 기자, 건강보험료 부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나요?
장윤형 기자▶ 정부가 작년 1월 건강보험료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고소득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백지화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7월 7일, 야당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요. 개정안은 현재 직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등으로 구분된 현행 부과체계를 폐지하고,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삼아 건강 보험료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또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 범위를 대폭 확대해서요. 기존의 근로 소득, 사업, 이자, 배당, 연금 소득 외에 퇴직, 양도, 상속, 증여 소득에도 건강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했고요. 반대로 재산이나 자동차, 성, 연령 등에 따른 요소를 고려한 평가 소득은 보험료 부과 요소에서 제외하도록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만약 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료 부과 체계가 달라질까요?
장윤형 기자▶ 개정안과 같은 부과체계를 적용할 경우, 지난해 직장 가입자를 기준으로 보험료율은 평균 6.07%에서 4.79%로 인하될 수 있고요. 전체 세대의 90~95%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5~10%는 보험료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 소득만 있는 직장인이나 집이 있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 노인, 농어민 등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는 현행보다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면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세대나 다른 소득의 일정 수준 이상인 직장인, 이자와 배당 수익이 많은 직장인 등은 보험료가 오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그렇게 부과 체계를 바꾸면 건강보험공단이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장윤형 기자▶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는 17조 원을 넘어서 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이 시기에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적기라고 볼 수 있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강보험이 조금만 양보해서, 건강 보험료를 번 만큼 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오늘 이슈체크에서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모순점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오늘 내용, 정리해 주세요.
장윤형 기자▶ “전셋집에서 살고 소득도 없는 송파 세 모녀의 건강 보험료는 매달 5만원이었다. 하지만 퇴직 후 수천만 원의 연금소득과 수억 원의 재산이 있는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강보험료는 0원이다.” 이 내용은 2014년 11일 퇴임을 앞두고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분명 우리는 다른 나라도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건강 보험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과기준이 너무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는 건 사실인데요. 이제 그 부분은 확실히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