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 현장] 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사장 “물질신약 시대 가고 ‘개량신약’ 승부수”

[신약강국 현장] 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사장 “물질신약 시대 가고 ‘개량신약’ 승부수”

기사승인 2016-08-08 00:10:31

“한국이 갖고 있는 제약산업의 블루오션은 ‘개량신약’입니다. 물질신약의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사장)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개량신약”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에게 신약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강 사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신약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 보다 ‘제약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무조건 새로운 물질신약을 발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제약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나와있는 약을 보완해 더 경쟁력 있는 약을 만들어 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답했다. 

강 사장은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질신약에 수많은 돈과 자원을 투입했고, 그 결과 수많은 신약 후보 물질들을 찾아냈다. 이미 임상을 통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약들은 중지가 됐다”며 “수많은 물질신약 후보물질들이 이미 발굴될 만큼 발굴됐다. 우리가 새롭게 찾아낸 물질신약이 화이자 등의 세계적 제약사들에 뒤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개량신약을 만드는 등의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7년 강 사장이 창업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전문치료제 의약품 업체로 2015년 매출 1620억 원을 달성한 중견제약기업이다. ‘유나이티드’라는 사명을 언뜻 보면 외국계 제약사가 떠오른다. 강 사장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다국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한국에서 창업한 제약사라고 해서 ‘국내 제약사’로 카테고리를 묶어서는 안된다”며 “자사는 한국인이 주인이며, 해외에도 3개국 이상의 생신기지가 있고 10개국 이상의 지사 및 사무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엄연한 다국적 제약기업이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 간 유나이티드제약은 제네릭 및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강 사장은 최근 열린 ‘가스티인CR정 발매 기념식’에서 “앞으로 매년 2개 이상 개량신약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개량신약은 유나이티드제약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실제 2년에 한번 꼴로 개량신약이 나오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2010년 첫 개량신약 클란자CR정(소염진통제)을 선보인 뒤로 2012년 ‘클라빅신듀오캡슐’, 2013년 ‘실로스탄CR정’, 2015년 칼로민정 등의 개량신약을 출시했다. 이후 최근 소화불량 치료제 가스티인CR정을 출시하면서 5개의 개량신약 개발 성과를 거뒀다. 특히 가스티인CR정은 몸안의 약효가 지속하는 시간을 늘린 것을 특징으로 한다. 기존 제품이 하루 3번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 이 약은 하루 한 번만 복용할 수 있게 만든 약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에게 ‘개량신약’과 ‘신약’은 엄연히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개량신약은 흑백TV를 칼라TV로 바꾸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완전히 없던 물질을 발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약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복약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그도 제네릭(복제약)만으로는 더 이상 국내 제약업계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강 사장은 “제네릭만 갖고는 더 이상 안된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특허가 풀리면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어 복제약을 출시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일부 해외 사례에서 보듯 외국 의약품을 갖다가 파는 도매 형태의 의약품 판매업 역시 50~60%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차별화된 개량신약이나 신약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R&D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R&D 투자비중은 2009년 매출액 대비 10%를 넘어선 이래, 2016년 3월말 기준 R&D 투자 비중이 매출액 대비 13.3%로 국내 제약사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현재 국내특허 84건, 해외특허 13건을 취득했다. 현재 R&D 인원은 90여명이다. 

그에게 ‘제약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에서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강 사장은 “중국이나 인도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시설비나 인건비 등에 과감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 나라처럼 국내 제약사들을 위한 지원책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각종 규제에 메여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초일류 국제 기업이 많은 미국에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꺼낸 가장 중요한 카드가 바로 ‘리베이트’ 규제”라면서 “그것이 제네릭 중심의 한국 제약기업을 한때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것은 맞다. 이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약을 내놓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오래 전부터 해외시장으로 목표를 정했다. 1999년부터 베트남 진출을 시작해 현지에 법인 및 공장을 설립했으며, 중국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지사를 세우고 ‘한국인이 주인인 다국적 제약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실천해 오고 있다. 

한편,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 미국 뿐 아니라 중동 등의 이슬람권 국가 등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의 상당수는 성경 문화권에 속해 있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의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데도 성경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세계적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 성경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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