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TV에서 아이스크림 광고를 볼 수 없어졌다. 빠삐코 스크류바 메가톤바 등 독특한 멘트와 음악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빼앗았던 광고는 커피나 빙수 등 대체 제품 광고에 밀려 사라졌다. 말 그대로 빙과시장의 빙하기다.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시작했다. 매출 회복을 위해서다. 그간 매출급감에도 전체 판매처에 70% 달하는 동네슈퍼 눈치를 살피느라 납품가를 조절하지 못했다. 이번 조치로 빙과업체는 약간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동안 아이스크림은 50% 이상의 할인율과 1+1 등 행사로 인해 일부 제품 납품가는 제조단가를 밑돌기도 했다. 국내 4사 빙과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급락하거나, 심한 곳은 적자를 내게 만들었던 주요 원인이다.
많게는 60% 이상까지 할인판매가 가능한 것은 현재 아이스크림에 가격이 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 적힌대로 50% 할인된 가격인지, 10%만 할인된 가격인지 알 수 없다.
판매가격을 최종판매자, 즉 ‘동네슈퍼’가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정부가 빙과류와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4개 품목을 오픈프라이스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오픈프라이스 제정 당시 정부는 판매업체간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가격형성이 불안정해지고 할인율을 과장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오자 정부는 불과 1년만인 2011년 7월 아이스크림에 한해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가격표시는 여전히 판매자 재량에 맡겨졌다. 가격표시 자체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동네슈퍼들은 ‘깜깜이’ 가격을 가지고 반값 이상 할인을 단행했다. 유통소매점들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빼앗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미끼’로 활용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팔아도 남나”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제조사들은 억울하게 비난받아야 했다.
가격이 깜깜이다보니 같은 동네에 있는 슈퍼들도 가격이 제각각이다. 일부 점주들은 제조업체 영업사원들에게 ‘저 집은 얼마인데 우리는 왜 이러냐, 할인율을 맞춰주지 않을 거면 제품을 빼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기형적인 유통구조다. 마트에서 200원에 판매되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제조업체는 유통마진까지 감안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고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이익이 남지 않거나 오히려 적자가 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동네슈퍼들의 판로를 휘어잡고 있는 대형대리점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형대리점을 통해야만 가능한 곳도 있다. 대형대리점 역시 유통마진을 요구하면서 납품가는 더더욱 낮아졌다.
가격표시제도가 정착돼도 빙과제조업체 매출이 급신장한다든지 영업이익이 반등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동안 누적된 적자폭이 있고, 1000원 남짓한 빙과류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소폭 오르는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둔통은 있겠지만, 충분히 감내할만 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