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이제는 관상용? 캐릭터 화장품 피규어처럼 모은다

화장품 이제는 관상용? 캐릭터 화장품 피규어처럼 모은다

기사승인 2016-08-11 05:00:00

# 지난 5일 들른 서울 종로 3가 미샤 매장. 캐릭터 미니언즈가 지붕 위에 깜찍하게 달려 있다. 들어가 보니 미니언즈와 리락쿠마 등 귀여운 캐릭터들이 팩트, 클렌징폼, 헤어컨디셔너 등 포장에 세련되게 입혀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여성 고객은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 당장 쓸 필요가 없어도 일단 모은다"라며 "선물용으로 줘도 좋고 소장용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고객도 "회사 책상에 캐릭터 핸드크림 등의 제품을 모아 놓는다"며 "회사를 마치고 화장품가게에 들러서 얼마만 투자하면 스트레스가 날라가서 좋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입힌 화장품이 실 사용보다도 소장용으로 팔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익숙해지기 시작한 캐릭터 물품을 사모으는 '덕후 문화'가 화장품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남성들이 마블이나 DC 코믹스의 캐릭터 피규어들을 모으는 것처럼 여성들은 화장품 캐릭터를 모으면서 소장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화장품을 모으는 이들 중에는 피규어를 모으고 있는 이들도 많다. 

이런 변화는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는 로드숍 제품이 많아지면서 나타나고 있다. 미샤는 베티붑과 원더우먼 등 캐릭터를 이용한 화장품을 내면서 화장품 캐릭터사업에 일찍 뛰어들었다. 

여기에 올해 1월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제품으로 만든 미샤 라인프렌즈 에디션을 론칭, 대만과 일본 등 라인캐릭터에 친숙한 외국인들 입소문에 의해 '대박'이 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는 미니언즈 캐릭터를 덧입혀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더페이스샵도 카카오프렌즈 콜라보레이션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인기 캐릭터 라이언이 들어간 제품들은 물량이 완판되기도 했다. 7월 초부터는 푸우와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와 콜라보한 제품을 내고 있다. 디즈니 콜라보레이션 쿠션은 출시 이틀만에 13만개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은 이런 성공에 힘입어 다른 브랜드인 이자녹스와 디즈니 밤비 콜렉션을 선보였다. 아모레의 에뛰드하우스도 일본 애니메이션 웨딩피치 에디션을 내놨다. 

이외에도 이를 스위스퓨어는 어린왕자를 컨셉으로 한 제품을, 어퓨는 짱구와 흰둥이가 함께 들어가 있는 짱구 에디션을 내놓았다. 홀리카홀리카는 귀여운 계란노른자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 리락쿠마 에디션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제품들은 1~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캐릭터를 모을 수 있어 소비자들은 부담 없이 캐릭터를 구매하듯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불황에 저렴한 가격으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립스틱이 많이 팔리는 것처럼 비싸지 않으면서도 행복도를 증진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20~30대의 취향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회사 책상이나 화장대를 캐릭터 화장품으로 꾸미는 이들도 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 상에서도 이들 캐릭터 화장품을 모아 사진을 찍어 놓고 뽐내는 이들이 많다. 

페이스북에 캐릭터 화장품 사진을 즐겨 올리는 김모 씨(29, 여)는 "집에 파우더 팩트가 많이 있는데도 페이스샵의 라이언 팩트가 너무 귀여워 구매했다"며 "브랜드숍을 지나다니다가 들러서 하나씩 구매하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사무직에 근무하는 이모 씨(31, 여)는 "최근에는 여성스러운 그림을 가진 제품들을 좋아해서 웨딩피치 콜라보 제품들을 사 모았다"며 "다른 귀여운 피규어도 사 모으는데 캐릭터 화장품은 피규어를 모으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에 근무하는 류모 씨(30 여)도 "미니언즈와 리락쿠마와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기 때문에 딱히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 모은다"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성능이 기존 제품과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도 캐릭터를 입혀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제품들의 판매량이 높다"며 "이 같은 열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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