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레인지로버 보그 100㎞/h 고속도로 주행 중 시동 꺼져… 일가족 ‘아찔’

[단독] 레인지로버 보그 100㎞/h 고속도로 주행 중 시동 꺼져… 일가족 ‘아찔’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 “차량 교환 안되, 고쳤으니 그냥 타, 책임못져” Vs. 차주 “생명 위협, 목숨 담보로 운전? 사고 나서 죽으면 보상” 황망

기사승인 2016-08-12 12:06:26

 

영국의 유명 수입자동차 업체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의 레인지로버 보그가 고속도로에서 달리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본인과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시속 100㎞가 넘는 고속도로에서 아찔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아찔한 경험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총 3번에 걸쳐 시동이 꺼졌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운전자는 트라우마(trauma)에 시달려야 했다. 시동 꺼짐의 트라우마는 안전하다고 여겨져 구매하게 된 차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됐고, 차량 운행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레인지로버 보그의 가격은 2억원 상당으로 소비자가 구입한 지 불과 몇 개월도 안 된 새 차가 주행 중 반복해서 시동이 꺼진 것이다.

레인지로버 보그를 운전하던 차주 박모(44·경기도 이천)씨는 가족을 태우고 시속 100㎞의 속도로 주행을 하고 있었다. 시동이 꺼지자 운전대도 잘 움직이지 않았고, 브레이크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100㎞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여차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차를 세웠다. 김씨는 “다행히도 고속도로에 주행 중인 차가 거의 없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씨는 해당 업체에 차량 교환을 원했지만, 해당업체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이유로 교환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함 있는 차를 판매해놓고 해결방법이 없으니 소비자가 알아서 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박씨와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 측 판매사원, 고객만족팀장과의 전화통화(통화 녹취록 참조) 내용에서도 자세히 드러난다. 운전자가 주행 중 시동 꺼짐으로 사고가 나 사망하더라도 그 어떤 책임을 담보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서다. 이 같은 재규어 측 답변에 박씨는 “사람이 죽어야만 교환이 되는 거냐”며 황망해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따져 묻는 박씨에 재규어 측은 “마음대로 하시라”며 배 째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총 3차례 시동꺼짐 현상 발생

박씨에 따르면 박씨가 몰던 레인지로버 보그의 시동 꺼짐은 최초 차량 구매한 3월 17일 인도시점에서 불과 2개월 만인 5월 10일 발생을 했고, 이후 7월 가족을 태운 상태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또 시동이 꺼져 갓길에 가까스로 차를 세웠다. 이후 최근에도 주행 중 차 시동이 꺼져 해당 판매사원에게 시동 꺼짐이 뜬 차량 속 센터페시아(Center Fascia)의 화면을 찍어 보냈고 차량 교환을 주장했다.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판매사 천일모터스) 측은 해당 차량의 제어 시스템을 통해 시동 꺼짐 현상을 확인하고 인정했다. 불안한 운전자는 차량 교환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더 황당한 것은 시동 꺼짐 당시 어이없게도 해당 판매사원은 “예약을 해야 한다. 고객만족팀장이 휴가를 갔으니, 휴가 다녀오면 대응을 할 것”이라고만 했다. 또 다시 시동 꺼짐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도 휴가를 핑계로 간과한 것이다.

이후 재규어 측은 수리를 했으니 안전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고, 해당 차주는 운전자는 목숨을 담보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타다 또 다시 시동이 꺼져 목숨을 잃게 되면 그때서야 교환을 해 줄 거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에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본사에서 교환이나 리콜 지시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교환이나 리콜은 해당기관인 국토교통부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차량에 결함이 반복돼서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차 업체 또한 매뉴얼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만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목숨을 잃거나 생명을 담보로 불안한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수억원의 돈을 내고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몫이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또한 법제화되지 않고 권고사항이다. 문제가 생겨도 제조사가 빠져나갈 구멍을 정부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관련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 법안을 신설 중에 있다.

(주)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차량 결함은 그간 계속 있었다. 2014년 11월 4일~2016년 2월 25일 제작된 재규어 XE·XF 승용자동차 2331대가 시동 꺼짐이나 화재 가능성으로 인해 리콜된 바 있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 총 464대도 전기배선 결함으로 시동 꺼짐이 가능성이 드러나 리콜된 바 있다.

한편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은 차량 연료펌프에 문제로 산소 연료 분사가 안돼 연료계통(연료펌프와 분사장치)과 엔진계통에 산소가 안 들어온다거나, 연료가 연소되기 위한 조건이 안 맞을 때 발생한다.

이훈,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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