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약] 한달 약값 수백만원 다발골수종 ‘포말리스트’, 보험급여 난항

[아는 것이 약] 한달 약값 수백만원 다발골수종 ‘포말리스트’, 보험급여 난항

기사승인 2016-08-17 11:15:35

혈액암 중 치명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암(癌)이 있다. 바로 ‘다발골수종’이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종양으로 감염이나 질병과 싸우는 항체를 생성·분비하는 형질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에 의해 전신에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다발골수종 환자도 늘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병률은 2013년 기준 5.5%(연령표준화 유병률)로 2013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환자는 3761명, 신규 등록환자 1540명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1990년 기준 년간 100명 정도만이 진단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었으나 2011년에는 1000명 이상이 발병해 20년 사이 발병률이 10배 이상 급격히 증가하며 백혈병이나 악성 림프종과 같은 다른 혈액암보다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로는 탈리도마이드, 벨케이드, 레블리미드, 포말리스트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제 중에도 보험급여로 적용돼 환자 약값 부담을 덜 수 있는 약이 있고, 아직도 비급여로 적용돼 환자들이 약값에 수천만원을 들여야 먹을 수 있는 약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포말리스트’다. 포말리스트는 ‘세엘진’이라는 희귀질환 전문 제약사에서 만든 약으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은 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까지 보험등재가 되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한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약값 부담으로 생명 연장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기존 약에 효과가 없을 때 환자들은 대체약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포말리스트가 보험적용이 돼야 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장벽은 높았다. 글로벌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과 다른 우리나라의 특수한 보험급여 기준으로 인해 약이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에게 신약 보험 적용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소속 의사들도 대체약제가 없는 다발골수종 신약 포말리스트의 보험 적용 시급성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심평원과 자리도 만들 예정이다. 환자들도 포말리스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이 약제는 왜 아직도 보험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세엘진코리아의 다발골수종치료제 포말리스트 PM인 신의철 부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1문 1답.

-다발골수종은 ‘희귀 혈액암’이라는 측면에서 소외 받고 있는 질병인 것 같다.

“다발골수종은 ‘희귀암’이면서도 ‘혈액암’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외받는 질환인 것 같습니다. 다른 질환에 비해 환자분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 병이 얼마나 심각하고 치료가 어려운지 환자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포말리스트는 어떤 치료제인가.

“포말리스트는 건강보험에 등재되어 있는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 치료에 재발 및 불응하는 다발골수종 환자들을 위한 유일한 3차 치료제입니다. 기존 치료제인 레블리미드도 면역 증가 기전과 암세포를 직접 사멸하는 기능이 있지만, 좀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과거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직접 공격해 환자들이 부작용을 경험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포말리스트는 주로 다발골수종 세포에만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포말리스트의 장점 중 하나는 경구제라는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내원하실 필요 없이 환자분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1알씩 복약하시면 됩니다. 투약은 3주 복용하고 1주 휴약하는 사이클로 진행됩니다. 치료 기간은 질병이 진행하기 전까지 투여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주요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소관해 이상의 반응률(39%)과 전체 생존(OS; 중간값 12.7개월)은 이전의 레블리미드, 벨케이드, 레블리미드+벨케이드 각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와 전체 환자군에서 비슷하게 확인됐습니다. 이것은 레블리미드, 벨케이드 등 기존 치료제의 임상적인 효용이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들도, 포말리스트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말리스트로 치료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말기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최소관해 기준으로 대략 40% 정도의 반응률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존율을 1년 이상 연장시키는 것이 환자에게 갖는 의미는.

“포말리스트는 통상 약 13개월 정도 생존 연장 효과가 있습니다. 건강한 일반인 입장에서는 13개월이 큰 의미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환자와 가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남은 삶의 의미와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암이 진행된 환자의 수명은 1년 이내이지만 새로운 치료제로 2~3년을 더 사시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또한 한 환우 가족이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1년 이상 사는 것은 매우 값지다고 말이죠. 그 시간 동안 자녀가 결혼을 하고 손주를 보고 인생의 큰 기쁨을 누리는 등 가족과 행복한 추억 속에서 생을 정리하신다면, 그 분들에게 암은 실패로만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직 비급여 약제로 알고 있다. 포말리스트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포말리스트는 2014년 8월에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나 지난 2년 동안 보험등재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 2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 대안인 포말리스트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많은 환자분들이 보조적인 치료로 생명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환자분들이 ‘언제 건강보험 급여가 되냐’는 문의 전화를 직접 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쓰이는 약제인데,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다 보니 의료진 분들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계십니다. 이에 회사는 포말리스트가 건강보험 급여가 되기 전까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식약처 허가 아래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건강보험 등재 과정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환자들이 빠르게 약에 대한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치료 현장에서 포말리스트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께서, 약물 사용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제 때 필요한 치료를 받아 임상적 효용을 누릴 수 있으려면 포말리스트의 보험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신 바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도 정부 및 학계와 충분한 논의 작업을 거쳐 최대한 빨리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도 현 위험분담제도 안에서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앞으로 세엘진의 차기 포트폴리오 계획은.

“우선 포말리스트에 대하여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중에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적응증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 위험분담계약으로 급여가 된 다발골수종의 레블리미드는 비이식군 환자에서 초기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되어 급여확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2~3년내 새로운 신약들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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