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이식 응급수술 받으려는데, 병원 의사가 없다”

[단독] “간이식 응급수술 받으려는데, 병원 의사가 없다”

대형병원, 환자 진료공백 논란

기사승인 2016-08-22 15:43:3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어머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서 간이식을 받아야 했습니다. 딸인 제 간이 적합해 생체간이식 수술을 하기로 했죠.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담당 의사가 자리에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통보를 받았어요.”

지난 19일 경기도에 위치한 A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기로 했던 심지영(44·가명)씨는 병원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울분을 토로했다. 간염이 악화돼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머니가 해당병원 외과에서 수술할 예정이었지만, 병원이 외과의사가 공석이라며 갑작스럽게 다른병원으로 옮기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생체간이식 수술을 앞둔 딸 심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생체혈연기증자로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A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해 있던 어머니 김혜자(69·가명)씨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예정보다 수술 시일이 앞당겨졌던 것. 

딸 심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건강 상태가 악화돼 긴급하게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병원에 설명을 들었다"며 "그런데 수술 예정인 의사가 지금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있으니 거기로 지금 당장 옮기라고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심씨는 지난 15일 지역병원에서 몸이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인 A병원으로 수술 날짜를 받고 입원한 상태였다. 담당 외과의사는 수술 날짜까지 잡아두고 가능하면 간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빨리 하자고 확정한 상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씨는 "사람이 다 죽어간다는 데 병원과 의사가 제대로 돌보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대학병원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어머니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볼 수만은 없어 병원 지시대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응급수술을 할 수 밖에 없어 심씨와 심씨 어머니는 응급차를 타고 간이식을 받기 위해 A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심씨는 "해당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스케쥴을 잡아두고 검사까지 모두 받고 내과에서 진료를 받으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수술이 어렵다는 통보가 기가막히다"며 "병원에서 구체적인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어머니와 저를 보내버렸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기로 했던 의사는 우리나라 간이식 명의로 알려진 C모 교수였다. 취재 결과, 그는 현재 한국에 없고 해외 학회에 참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병원 측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외과수술을 받기로 한 날짜가 31일인데, 갑자기 환자 증세가 악화되 19일에 수술을 앞당겨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의사는 31일 수술 예정이었기 때문에 본인 일정에 맞춰 세계 학회 행사에 참석했던 것"이라며 "내과에서 관리를 하던 환자였고 외과에서는 수술을 하기로 한 날짜에 맞춰 의사 스케쥴을 일정대로 소화한 것이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병원은 "담당의사가 해외학회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워, 주요 대학병원 외과 의사들에게 문의를 했고 삼성서울병원이 수술이 가능한 것을 확인해준 다음 이동을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내 주요 의료진들이 해외학회에 대거 참석할 경우, 진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들이 집단으로 해외학회에 참석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응급 환자 등 중증환자들의 치료 및 수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외과의사들도 학회에 참석해 간이식 수술이 가능한 교수들이 공석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메르스 사태 당시 의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진료공백 차질이 있었던 병원들도 있었다. 이러한 긴급사태가 아닌 경우에도 해외학회 등의 일정으로 주요 대학병원 의사들의 진료공백으로 환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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