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당뇨병보다 삶의 질 낮은 질환, 과민성방광

[건강 칼럼] 당뇨병보다 삶의 질 낮은 질환, 과민성방광

기사승인 2016-08-24 00:01:00

[쿠키 건강칼럼] 당뇨병은 매일을 합병증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하는 무서운 질환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이 낮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족부질환, 심근경색, 망막증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식단 조절과 약물 복용을 평생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뇨병보다 더 삶의 질이 낮은 질환이 있다. 바로 과민성방광이다. 과민성방광은 환자의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황폐하게 만드는 질환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과민성방광 환자가 당뇨병 환자보다 삶의 질이 낮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과민성방광은 중년 성인 6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을 참을 수 없는 느낌도 나타나며, 일부 환자는 화장실 가는 도중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이 동반된다

과민성방광은 삶의 여러 부분에 지장을 준다. 우선 평균 두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가느라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수면 중에도 자주 깨기 때문에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누적되기만 한다. 게다가 절박성 요실금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들은 언제 샐지 모르는 소변으로 매시간을 전전긍긍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에도 소변을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나타나 물을 트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거나 “여름철 계곡 나들이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과민성방광이 환자의 삶을 잠식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되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초기에 전문치료를 받는 것이다.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을 수 없는 소변 느낌이 나타나면 ‘과민성방광’을 의심하고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과민성방광을 진단받으면 먼저 체중감량, 카페인 섭취 제한, 배뇨습관개선 등 행동 개선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행동치료를 시행한다

행동치료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주로 항무스카린제를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데, 방광을 안정시켜 저장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보통 약물복용 후 6~8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므로 치료 초기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바심을 갖거나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약물치료 단계에서 효과를 얻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는 침습치료로 넘어가기 전 보톡스 주사를 고려한다. 보톡스 주사법은 방광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아 방광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원리이다. 치료 시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시간이 30분 이내여서 입원도 필요 없다. 개인차가 있으나 효과는 평균 6개월 정도 지속된다

과민성방광은 생명과 직결되진 않지만, 삶의 질과는 직결되는 질환이다.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과민성방광은 시간을 갖고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다.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진행해 나가길 바란다

글·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기과 배재현 교수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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