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수입맥주 ‘열풍’, 국산맥주는 ‘밍밍’… 소맥 때문?

[봉기자의 호시탐탐] 수입맥주 ‘열풍’, 국산맥주는 ‘밍밍’… 소맥 때문?

해외서 잘나간다는 관세청의 자뻑 맥주 홍보, 정작 해외 마트에선 국산맥주 찾아보기 힘들어

기사승인 2016-09-20 16:58:08

김민희 아나운서▷ 반갑습니다. 봉기자, 오늘은 내용으로 함께 할까요?

조규봉 기자▶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 톡 쏘는 시원한 맛의 술. 바로 맥주인데요. 맥주는 전체 술 시장의 49%를 점유하면서 대표적인 국민 술, 소주보다 인기가 높고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술이 됐습니다. 다만 국산 맥주는 싱겁다. 밍밍하다. 이런 의견들이 많았는데요. 얼마 전, 관세청이 지난해 우리나라 맥주 수출액이 92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다수의 매체들이 치맥과 한류 열풍으로 인해 국산 맥주의 수출이 늘었다고 보도했고요.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면 사실 그렇지가 않은데요. 조사 대상국이 국한되어 있고,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수입 맥주가 선전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맥주 수입액도 수출액보다 더 많고요. 좀 이상하죠? 그래서 오늘 호시탐탐에서 국산 맥주의 현 주소를 짚어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일단 국산 맥주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봉기자, 밍밍하고 맛이 없다고들 이야기하는 국산 맥주. 왜 그런 건가요? 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조규봉 기자▶ 국산 맥주가 맛이 없는 것은 맥주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제조 시설에 대한 규제가 있습니다. 맥주를 만들어 팔려면 일단 시설 용량이 5킬로리터 이상 75킬로리터 미만이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75킬로리터 이상은 생산하지 못하게 막혀 있는 거죠. 많이 만들어 팔아야 원가를 낮출 수 있을 텐데 이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리고 또 어떤 규제가 있나요?

조규봉 기자▶ 가격 책정도 문제입니다. 현재 맥주 가격은 사실상 국세청 승인제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격을 사업자가 마음대로 매길 수 없습니다. 또 거기까지 간다해도 판매망 역시 막혀 있는데요. 소규모 맥주 사업자도 자신의 가게가 아닌 다른 음식점에 납품이 가능하도록 2014년 4월 주세법이 개정됐지만, 중간 유통 업자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경우 슈퍼나 편의점, 대형마트 같은 소매점에서는 맥주를 팔 수 없고요. 종합주류도매상을 통해서만 팔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종합주류도매상은 냉장 차량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요. 비살균 수제 맥주를 주로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은 판매망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왜 국산 맥주가 악평을 받고 있는지 그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요. 제조 시설, 가격 책정, 유통 단계에서 모두 규제가 있네요. 그래서 우리는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없던 거고요. 봉기자, 그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나요?

조규봉 기자▶ 소맥 문화 역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특성 상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여유를 가지고 술의 맛을 음미하지 않잖아요. 보통 빨리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저도수 주류로 분류되는 맥주를 단품으로 마시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소주랑 섞어 마시는 폭탄주. 소맥 문화가 넘쳐나고 있죠. 그러니 카스를 생산하는 OB맥주, 하이트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롯데주류 모두 소맥에 맞춰 제조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목 넘김이 시원하고, 톡 쏘는 청량감을 우선으로 제조하고 있는 것이죠.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상위 3개 업체가 전체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소맥을 위해 맥주는 맛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그러니까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또 우리는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일부러 이태원이나 신사동 같은 곳에 가서 수제 맥주를 사 마시게 되는 건데요.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 각성 좀 해야겠어요. 그리고 제도 개편 역시 필요해 보이는데요.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네. 특히 젊은 층이 국산 맥주에 대해 맛없고 싱겁다, 맛이 다 똑같다는 악평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지금 나오고 있는 밍밍하고 맛없는 국산 맥주 맛을 살리려면 다양한 맥주가 생산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하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국산 맥주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요즘 정작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건 국산 맥주보다 수입 맥주들인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오랫동안 특정 한국 맥주만 마셔왔던 소비자들이 시장 개방 등으로 해외의 다양한 맥주를 만나면서 맥주 고유한 맛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 2010년만 해도 수입 맥주 점유율이 2.8%에 불과했는데요. 5년 만에 3배 정도 높아져 8.4%로 확대됐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수입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죠. 그 종류도 다양해졌고요.

조규봉 기자▶ 네. 2011년 한국과 유럽연합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국내 소비자들이 독일, 벨기에, 영국 등 유럽지역의 맥주 뿐 아니라요. 호주, 중국 등 전 세계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접하게 되면서 주류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수입 맥주는 점유율과 매출액 모두 급성장 추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어느 정도인가요?

조규봉 기자▶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맥주 수입은 전년 대비 24.5%가 증가한 1억1169만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맥주 수입은 해마다 크게 늘어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23.2% 증가했고요. 지난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수입량은 1억 2000만ℓ로,  20세 이상 성인 1명당 연간 수입 맥주를 5.8병씩 마신 셈이죠. 또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23.7% 늘어난 7761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맥주 수입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수입 맥주가 그렇게 인기라는 건, 국산 맥주는 상대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거겠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유통망 우위를 바탕으로 식당가와 호프집 등에서 90%대에 점유율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수입 맥주 돌풍 속에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50% 가까운 점유율을 내주며 국산 맥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급증했는데요. 그건 국산 맥주나 양주, 소주, 와인 등의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또 편의점에서도 수입 맥주의 증가율은 고공 행진을 기록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봉기자,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규봉 기자▶ 종류가 국가 별로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기존 일본산 맥주뿐만 아니라 호주, 네덜란드, 체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맛과 풍미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종류별로 골라 먹는 재미도 있죠. 결국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희비가 정확히 갈리네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 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품질 개발과 판촉으로 수입 맥주가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산 맥주는 비슷비슷한 맛과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이번에는 국세청 발표 내용 좀 살펴볼게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으로 보면,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에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국내에서 맥을 못 추는 국산 맥주가 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출액은 84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5.4% 증가하며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최근 3년 동안 맥주 수출액은 16.9% 증가한 건데요.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이 5.9% 감소한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주로 어느 나라로 수출되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지난해 주요 맥주 수출국은 홍콩, 중국, 이라크, 싱가포르, 미국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홍콩은 지난 2000년 이후 맥주 수출 1위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콩으로의 맥주 수출액은 지난해 3500만 달러로 전년대비 8.2% 늘었고요. 중국으로의 맥주 수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수출 2위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좀 이상하긴 해요. 우리 입맛에 밍밍하고 맛없는 국산 맥주가 왜 해외에서 인기라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치맥 등의 한류 열풍이 한 몫 한다는 건데요. 홍콩과 중국에서 인기인만큼, 당분간은 맥주 수출 증가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내용인데요. 일단 증가한 수출액 대부분이 홍콩과 중국에 한정돼 있고요. 홍콩만 봐도, 거기에서 파는 맥주는 수출 전용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살 수 없는 제품이죠. 또 미국이나 러시아의 국산 맥주 수요층은 교포 등 한인을 상대로 한 식당이나 마트가 대부분이고요. 외국계 대형 마트에 국산 맥주가 진열돼 판매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관세청 발표대로 국산 맥주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한 면만 보고 전체라고 발표해버린 꼴이네요. 맥주를 수출과 수입 면에서 살펴보면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맥주는 수출보다는 수입이 여전히 많은 상태입니다. 맥주 수입 금액은 2012년 7359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억4186만 달러를 기록하며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거든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아마 국산 맥주에서 수입 맥주로 갈아타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국산 맥주가 밍밍한 맛이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앞으로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맛의 맥주들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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