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훈 기자] 자동차업체들이 고단 변속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주행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고단 변속기 기술이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단수가 늘면 변속기 구조가 복잡해지고 부품 수가 증가해 곧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기아자동차는 올 뉴 K7에 독자 개발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출시한 2017 아슬란에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제네시스 EQ900에는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심지어 소형차 엑센트에도 7단 변속기가 들어갔다. 메르세데스 벤츠 또한 독자 개발한 9단 변속기를 장착한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단을 뛰어넘는 변속기도 등장하고 있다. 렉서스는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10단 변속기를 장착한 럭셔리 쿠페 ‘LC500’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는 곧 상용화로 이어져 내년 봄 무렵 일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맞서 미국 포드와 GM은 10단 자동변속기를 공동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혼다는 일본 특허청에 ‘트리플 클러치 11단 자동 변속기’ 특허를 출원했다.
업계가 변속기 개발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변속기 단수가 높아지면 주행 조건에 맞춰 엔진 회전수를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어 주행 성능은 물론, 연비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자체 변속기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전륜 8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현대·기아차는 당시 변속기 독자 개발로 인한 향후 5년간 수입 대체 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행성능 측면에서도 무작정 단수를 높이기보다는 해당 기술을 응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