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⑯] 다도(茶道)와 커피의 도(道)

[최우성의 커피소통⑯] 다도(茶道)와 커피의 도(道)

기사승인 2016-09-22 09:37:35

김 과장은 추석명절에 자기 집에 찾아온 후배 이 대리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핸드드립기구를 꺼내들고 정성껏 핸드 밀[Hand Mill]로 커피를 갈기 시작했다. 

지금 갈고 있는 원두는 엊그제, 시내의 유명하다는 커피전문점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온 커피원두다. 100g에 만원이 넘는 커피라 아껴서 꼭 필요한 때에 내려 마시는 중이었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후배를 위해 특별히 내놓은 것이다.

포트에 물을 끓이는 동안 커피 드리퍼(Coffee Dripper)에 갈아놓은 커피를 부어놓고 잔을 준비한다. 잔은 외국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온 귀한 몸이다. 드디어 물이 끓었다. 드립주전자에 끓인 물을 담아 커피가루에 물을 부어주기 시작한다. 1차부터 4차까지 드립을 마친 후 준비한 예쁜 잔에 커피를 담아 후배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추출과정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김 과장은 다시, 포트의 물을 끓인다. 그리고 끓인 물을 드립주전자에 담아, 아까 추출하고 버리지 않아 남아있는 드리퍼 속의 커피가루 위로 붙는다. 후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물으니 커피원두 비싸게 주고 샀으니 아까워서 더 내려 마신다고 말한다. 

이렇게 내린 커피는 흐리고 쓰고 텁텁하여 아까 마신 커피의 기분 좋은 맛을 반감시킨다. 왜냐하면 먼저 네 차례 부은 물로 이미 커피의 유효성분은 거의 다 추출되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것들은 커피 섬유질에 붙어있는 잡미일 뿐, 유효한 커피의 향미라고 할 수 없다.

차를 마시는 데에도 도리가 있다. 그것을 다도(茶道)라 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는 데에도 도리가 있다. 그것을 커피의 수율(Coffee Brewing Control)이라고 한다. 수율이란 커피를 가장 맛있게 추출하기 위한 과학적 법칙이자 도리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책에 中庸(중용)이 있다. 중용은 사서(四書) 중의 한권이며 중요한 철학 이념이다. 이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커피의 도(道는 수율을 지키는 중용의 도(道)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과욕을 부리면 손해 보는 일이 많다. 이는 커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 과장이 앞으로라도 더 향기롭고 풍요로우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원한다면, 용(用)과 불용(不用), 멈춰야 할 때 멈추고 버려야 할 때 버리는 중용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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