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초대석]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기관장 초대석]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기사승인 2016-09-23 17:20:02


“확고한 비전과 설득,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과, 그리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인사와 철저한 성과평가가 경영의 비결이죠.”

지난 2014년 취임해 2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과 청렴도조사 최고등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서종대(57) 한국감정원 원장. 그는 23일 감정원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관을 반석에 올려놓은 비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감정원은 지난 2009년 주 수익원인 사적 감정평가 부분을 민간에 이양하면서부터 수익악화의 길을 걸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709억원이던 감정평가 수익이 2013년에 접어들면서 40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시장점유율도 2008년 13.4%에서 2013년에는 6%로 추락했다. 

공기업의 특권인 독점체제 하에서 큰 노력 없이도 기본수익이 보장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고객 이탈을 걱정할 일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탓이 컸다.  

하지만 서 원장이 취임한 후 감정원은 눈부시게 변모했다. 지난해 1373억원 규모의 최대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사상최대인 155억원 흑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등급을 달성해 2년 연속 경영평가 최고등급과 청렴도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부패방지시책평가 최고등급 ▲대통령상 기관 표창 수상 ▲정부 3.0 우수 공공기관 선정(전체 116개 공공기관 중 3위)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서 원장은 “취임 후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줄기차게 고객의 불만을 파악해 시정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생각하는 업무 습관을 들이는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고객 최우선의 경영방침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관철시킨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 원장은 특히 청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피력했다. “기관장부터 청렴해야 한다. 기관장이 회사 돈을 함부로 쓰고 인사 청탁이나 뇌물을 받으면 결국 모든 직원이 다 알게 된다. 기관장이 청렴과 공정을 엄정하게 실천하면서 직원들에게도 엄격한 신상필벌을 적용하면 청렴도가 금방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청렴을 거듭 강조하는 서 원장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가 입은 정장, 구두, 셔츠,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고가의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입은 차림을 돈으로 따져보니 30만원도 채 넘지 않는다. 정장은 아들이 복지카드로 구입해 준 것이고, 셔츠는 직접 동네 마트에서 샀다고 한다. 구두는 노조가 열심히 일해달라며 선물한 것을 즐겨 신고 다니고, 넥타이는 선물용 시제품으로 만든 것을 매고 다닌다고.

기관장으로서 적잖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서 원장이지만, 자신에게는 크게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매년 4000여만원을 기부해오고 있다. 

서 원장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유에는 요즘 유행하는 ‘흙수저’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서 원장의 아버지는 전남 순천에서 손님이 제법 많이 모이는 이발관을 운영했다. 그러나 서 원장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때부터 가세가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부친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는 밤낮없이 식당에서 일을 하며 당시 고교생이던 서 원장을 뒷바라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마저 과로로 쓰러졌다. 청천벽력과 같은 일을 당한 고교생 서종대는 쓰러진 어머니를 등에 업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니는 이미 아들의 등에 업힌 채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떠나보내야만 했던 청년 서종대의 인생은 이때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이 된 그는 더욱 강인해져야만 했다. 

과묵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사귀면서 외향적으로 바꿨다. 

“성격이 바뀐 것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부터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입맛이 까다로워 신김치도 먹지 않았는데, 돈이 없고 배가 고프니 아무 음식이나 잘 먹게 되더라.” 



서 원장은 22세였던 1981년 행정고시(25회)에 합격한 후 육군 보병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건설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도시건축심의관, 신도시기획단장, 주택국장, 주거복지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런 서 원장에게 부동산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서 원장은 먼저 부동산을 ‘경제발전과 국민행복의 핵심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기업활동의 기초인 공장과 사무실이 부동산이고, 가족행복의 근간인 주택도 부동산이다. 국가자산의 87%, 가계 자산의 73% 정도가 부동산 자산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동차나 비행기 등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부동산인 셈이다. 그만큼 부동산은 중요한 자산인데도 각종 부동산투기의 폐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부동산을 좋아하면서도 ‘좋은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과 보험, 부동산을 FIRE(Finance, Insurance, Real Estate)산업이라고 해서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편 서 원장은 부동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부동산에 대한 국민인식을 바꾸고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감정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심각히 대두되는 노령화·인구감소 현상으로 부동산 전망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는 2030년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원장은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인 에코세대가 오는 2025년까지 매년 70만명씩 주택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외국인 거류자도 10만명씩 늘어나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1980년대 매년 80만명씩 주택시장에 들어오던 베이비부머세대와 시장진입 인구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자국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침체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주택시장은 2025년까지 완만한 상승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그 이후에는 외국인 투자와 인구유입 정도에 따라 시장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지금 집을 사야할까, 말아야할까? 우문(愚問)일지도 모를 이 질문에 서 원장은 명쾌한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요즘 들어 지인들로부터 지금 집을 사야하는지, 산다면 어디에 사야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집을 사고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의 가족이 가장 행복하게 살 곳이 어디인지, 또 내 형편에 맞는 집이 어떤 집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서종대 원장>

-1960년 8월 2일 출생

-순천고 졸업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버밍엄대 경제개발정책 석사

-한양대 도시공학 박사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교통부 주택국장, 신도시기획단장, 건설선진화본부장, 주거복지본부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 부단장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한국부동산산업학회 회장

-現 한국감정원 원장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유경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