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지난 주말, 친구이자 파워블로거 ‘머시블루’와 함께 강릉에 다녀왔다.
강릉은 버섯과 커피와 맥주를 맛보기 위한 인파들로 분주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라는 수제 맥주집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천 쌀을 베이스로 귤 향이 가미된 미노리 세션, 바나나의 향미에 국화향과 산초향의 느낌을 가미한 즈므 블랑, 솔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파인시티 세종, 몰트 향이 강해 다소 무거운 느낌의 엠버 에일...
전날의 숙취가 남아 있었음에도 각각의 차이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다.
주문을 받은 매니저는 우연히도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생이었고 창업 멤버의 일원이라고 했다. 그녀가 부탁한 석사 논문의 설문지도 자신이 팔고 있는 수제 맥주의 만족도에 대한 것이었다.
젊은 세대의 먹고 마시는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커피도 인스탄트에서 싱글오리진, 콜드블루, 핸드드립식으로 전문화되고 있고 와인도 레드와인 일변도에서 화이트와인, 삼페인,디저트 와인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듯한 커피와 맥주에 식상한 것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개성파 커피브랜드들이 신세대의 개성적인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아 나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것. 그 곳에서 그들은 맥주를 마시면서도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며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즐기고 있었다.
시대의 취향을 업으로 삼았던 광고회사 크리에이터 출신인 배윤목(49)사장은 곧 은평구 한옥마을에 1인 1상이란 술집을 연다.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런 한옥에서 맥주를 파는데 1인 1상으로 테이블이 차려진다. 양병용 작가의 소반과 김상인 작가의 식기에 이태리 쉐프가 한국의 정서에 맞는 레시피로 안주를 담았다. 1인 1취향을 담은 1인 1상, 그 한상의 배경 또한 단정한 한옥인 것이다. 그는 맥주에 전통 한류의 정서적 가치를 더해 ‘감수성을 자극하는 맥주’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먹고 마시는 문화가 섬세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잠시 스친 의문은 있다. 취향이란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내면의 기호다. 수제 맥주집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취향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상업적 의도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새로운 입맛과 취향에 길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유행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세속적 심리가 깔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는 기우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화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고 그 속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 역시 개인의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인1취향의 시대, 버드나무 브루어리와 1인1상의 건투를 빈다. 올레길이 걷는 것의 미덕을 통해 사색의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했듯이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에게 근사한 이야기로 가득 찬 만남과 대화의 풍경을 선사해 줄 테니까.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