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구현화 기자] 삼성의 위기는 의사결정 구조의 위기다

[현장에서/구현화 기자] 삼성의 위기는 의사결정 구조의 위기다

기사승인 2016-10-12 08:47:52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결국 단종 수순을 밟게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가 안타깝다. 배터리 문제를 지목한 1차 리콜 후에도 교환품에서 배터리 발화 사태가 또 일어나며 성급하게 문제를 덮으려다가 더 큰 부메랑을 맞게 됐다. 결국 출시 2개월여만에 제품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는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에 치명타를 남겼다.  

삼성전자의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는 1997년 괌으로 가는 대한항공 801편의 끔찍하고도 어이없는 추락을 연상케 한다. 당시 사고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에는 좋지 않은 기상 환경과 착륙을 도와주는 전파 발신기가 고장난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착륙을 위해 씨름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부기장과 항공기관사는 착륙 타이밍에 대해 조금 더 보수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했다. 그러나 기장은 피로감 속에서 슬로프 시그널에 집착하며 상승해야 하는 상황에 하강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연공서열 등으로 인한 경직된 의사소통구조 속에서 부기장과 항공조종사는 이 판단을 수정하지 못했고 결국 대한항공801편은 언덕을 들이받으며 추락하고 만다. 

삼성전자의 이번 위기는 대한항공801편에서처럼 조직 내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된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물론 1차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후에도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안 됐다. 또 다시 일어난 발화사건을 고려하면 말이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빠른 시일 내에 리콜과 신제품 투입을 강행했다. 제대로 확인이 안 된 채로 바로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아이폰7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던 것일까. 여기에 오너 기업의 특성상 위로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구조도 문제다. 지난해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으로 삼성전자 조직이 빠르게 축소되고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치열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삼성 내에서 아래로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했던 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홍채인식과 방수방진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던 갤럭시노트7이 기본적인 안전성 문제로 빛을 못 보고 사라지게 됐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는 삼성 조직의 상층부가 빠르게 경직되고 있다는 매우 위태로운 시그널이다. 이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더 이상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이 분명 일류 경쟁력을 가진 회사임은 모두가 알고 있으며 믿음이 있다. 이번 사태가 뼈아프지만 앞으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의사결정구조의 문제를 꼼꼼히 진단하고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품질제일'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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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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