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봉 기자▶ 일단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이였고요. 또 마트와 면세점 판매도 늘어났으니까요. 침체된 내수 소비시장에 훈풍이 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데요. 여전히 비싸고 또 미국에 비해 세일 폭도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도 행사 초반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전국의 주요 백화점, 마트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요. 한 백화점은 7억 원대 아파트 한 채와 연금 4억 원을 1등 경품으로 내걸으며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죠. 특히 중국 국경절을 맞아 온 유커들이 주요 쇼핑지인 서울 중구 대형백화점 일대와 잠실역 인근은 하루 종일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 덕에 매출도 많이 올랐겠어요.
조규봉 기자▶ 네. 지난 9월 29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초반 5일 동안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의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7%, 10.4%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고요. 또 그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28만 명에 달했습니다. 작년 대비 9.6% 늘어난 것이죠. 유커의 활약으로 면세점의 매출도 20% 이상 확대되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지난해에 비해 판이 커지면서 확실히 판매 진작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셈인데요. 그만큼 아쉬운 점도 있어요. 봉기자,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건 어떤 내용인가요?
조규봉 기자▶ 할인율입니다. 90%의 파격 할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건데요.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나 영국의 박싱데이, 홍콩의 메카세일 등은 대부분 반값 할인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최대 90%의 통 큰 할인도 이어지고요. 반면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업체의 인기 상품 할인은 평균 20∼30%에 그쳤고요. 또 대다수 신상품이나 인기상품은 할인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리고 실제 참여 업체들의 말은 정부 행사에 업체가 들러리라도 서야 하는 형국이라 자발적이지 못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겉으로는 할인에 할인을 해주는 대대적인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보이지 않은 강압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니 세일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세일은 하긴 하지만, 너무 적게 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도 20~30% 세일하는 건 백화점 가을 정기 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오히려 정기 세일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실제로 이번 코리사 세일 페스타 기간에 백화점을 돌아보고 대형마트에 가 봐도 정말 싸게 파는 물건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문제는 거기에도 꼼수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어떤 꼼수요?
조규봉 기자▶ 백화점의 경우, 보통 할인은 출고가가 아닌 할인 20일 전쯤의 가격인 종전 거래가를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데요.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에서는 대부분 출고가를 기준으로 잡았다는 거죠. 그러니 소비자들에게 착시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백화점마다 진행하는 10월 정기 세일에 정부가 테마만 잡아준 느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원가 부풀리기 같은 할인율 꼼수도 적지 않은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원가를 부풀려 상대적으로 세일 폭이 큰 것처럼 광고하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소비자들의 이목도 끌고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라도 대폭 세일이 필요할 텐데요. 미국에서는 잘 이루어지는 90% 세일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미국은 우리나라와 유통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거든요. 다음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없애야 합니다. 그래서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하고,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나오는 것이죠. 낮은 재고와 물류비용을 바탕으로 파격 세일이 가능한 것이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판매 수수료만 챙기다 보니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대부분 할인 폭이 20~30%에 그친 것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서 90% 할인하는 진짜 세일 상품은 찾아보기 힘든 거군요. 그리고 할인율도 문제지만, 할인하는 물건이 적다는 것도 한계점인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네. 실제로 이번 대규모 할인 기간 동안 작가가 한 백화점에 방문했었는데요. 평소 사고 싶었던 향수와 신발을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할인 품목이 아니다, 우리 매장은 참여하지 않는다. 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죠. 결국 정작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은 행사에서 제외되거나 할인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할인율이 높은 제품은 대부분 이월상품이나 시즌 오프성 재고라는 말도 있는데요. 추석 이후는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시기라 할인 폭을 크게 두기 애매해서 재고품 위주로 할인 품목을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리고 홍보도 덜 된 것 같아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뭔지, 어디에 가야 제대로 된 세일 품목을 만날 수 있는지. 그런 내용들 다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누리꿈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요. 솔직히 하는지도 몰랐다는 반응. 또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싸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유통 구조 자체가 다른데 블랙프라이데이를 따라한다고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누리꾼도 있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게요. 또 전통시장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번 행사에 전국에서 꽤 많은 전통시장도 참여했죠?
조규봉 기자▶ 네. 전통시장에서도 지난해보다 2배 많은 400여 곳의 시장이 참여했는데요. 전통시장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대형백화점과 마트의 매출 통계를 발표했지만, 전통시장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는데요. 일부 인기시장을 제외하곤 행사효과를 누리는 곳이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왜 그런 건가요?
조규봉 기자▶ 일단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전통시장으로 까지 확대한 것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원래의 행사 취지와 맞지 않거든요. 결국 전통시장은 국가적인 할인행사라는 구색 맞추기 용으로 참여한 분위기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유통업계 모두에게 맞는 행사는 아니군요.
조규봉 기자▶ 앞서 언급했듯 이번 행사로 재미를 보는 업체들도 많겠지만, 사실 울며겨자먹기로 참여한 기업들도 있을 거고요. 전통시장의 경우, 상시 세일 중인 공간이니까요. 이번 행사에 백화점에 비해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지적이 나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아무래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한데요. 봉기자, 그럼 내년에는 어떤 점이 보강되어야 할까요?
조규봉 기자▶ 제조업체는 재고 정리 차원에서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아야 하고요. 유통업체도 마진폭을 줄여야 합니다. 이름만 거창한 일시적인 행사가 아닌 소비자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개선이 필요하죠. 정부도 그냥 판만 벌려놓지 말고 제대로 홍보하고 관리해야 겠습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