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 등장한 남성 주연배우는 자신이 ‘유방암’ 환자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 공개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소외된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처럼 최근 유방암과 관련된 드라마와 각종 예방 행사가 이어지며 ‘유방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암의 예방이나 조기검진, 치료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예방을 넘어 환자들의 삶의질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 9월 암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해 암생존자에 대한 통합지지체계를 구축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서비스 유형을 다양화시키겠다는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유방암 환우들과 관련한 캠페인이 쏟아지지만 암이 재발되거나 암세포가 상당히 퍼진 ‘전이성유방암’ 환자들의 삶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은 그 동안 초기 유방암 진단과 예방 캠페인에 가려져 사회적 관심이 적었을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부담, 보호자 및 재정적 부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으로 삶의 질이 낮은 상황이다.
전이성 유방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90%가 넘는 초기 유방암과 달리, 생존률이 22%에 그친다. 문제는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중위연령이 비교적 이른 나이인 48세로 가정과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적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과 스트레스로 엄마와 아내 역할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또 여러차례 반복되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값 부담 뿐만 아니라, 환자 및 가족이 치료와 간병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면서 가계에 경제적 부담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실제 전이성 유방암 환자 10명 중 8명은 전이성 유방암 관리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삶의 질이라고 밝히는 등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2~3년에 불과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경우 이보다 훨씬 오랜기간 생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로 사용돼왔던 항암화학요법은 무월경, 폐경 증상, 구토 등의 부작용이 심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엄마, 아내 혹은 사회인으로서 적극적인 삶을 사는데 지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들이 출시되며 환자 삶의질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실제 국내 시판 허가된 입랜스 등의 약물이 등장해 지난 십수년간 치료방법의 개선이 없던 호르몬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기존 치료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2배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도 적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외에도 퍼제타, 캐싸일라 등의 약물은 무진행생존기간, 전체생존기간을 늘려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이들 약물들 상당수가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약값 부담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경우 2007~2015년 사이 총 9개가 승인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된 품목은 4개에 불과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제가 나왔지만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빛좋은 개살구’라고 호소한다. 기존 치료제 대비해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라고 해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한 혈액종양내과 의사의 말은 일리가 있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4기암 또는 말기암 환자라고 해서 생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약가 지원정책을 확대해 말기암 단계에 있는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가 보험급여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면, 기존의 비용효과성 중심의 경제성 평가방식보다는 환자 삶의 질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재정의 문제는 경제적 논리로 풀어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보험재정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정책 위에 ‘환자’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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