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에 빠진 이유, 전문가들 ’내면 결핍이 이유”

사이비종교에 빠진 이유, 전문가들 ’내면 결핍이 이유”

기사승인 2016-11-07 08:06:59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배경에는 샤머니즘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각별한 것도 최씨가 그 같은 잘못된 사상을 박대통령에게 주입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순실의 샤머니즘에 빠졌다면 물론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내고 그래서 각별하다는 건 틀린 사실”이라며 “그보다는 주술적인 것, 샤머니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최태민이 무슨 말만 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며 “최순실은 물론 최태민의 후계자”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수뇌부들도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이 사교(邪敎)에 씌어 있어 발생한 일”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면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것은 자유라는 뜻이다. 문제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경우다. 사이비(似以非) 종교는 겉으로 종교로 위장하고 있지만 종교의 기본 요건(교조·교리·신도)을 구성하지 않고, 비(非) 종교적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나 집단을 가리킨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는 오대양 사건과 영생교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는 신격화 한 교주 체제에서 광신도를 양산한다. 문제는 이들 광신도가 본인은 물론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등 사회적 악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사이비 종교 신도 중에는 명문대 학생, 엘리트 교수들, 심지어 정치인들도 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광신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들은 ‘결핍’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김충렬 한일장신대 상담치료학 교수는 “종교집단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자행하는데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내면의 결핍이다. 이들 가정을 보면 부부관계가 좋지 않거나, 가족 간에 갈등이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안정감이 필요한데, 종교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에게서 유대감을 채우려는 심리가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스스로 전능한 대상을 만들고 결핍의 문제를 채우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자기 내면의 무의식이 원하는 대로 끌려 들어가 종교에 집착한다. 정신에서 가장 깊은 곳인 ‘신화적 모티브’가 건드려지는 단계에 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이성이나 지식은 모두 소용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말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없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정 사이비 종교에서는 교주가 죽은 뒤 부활할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런데 광신도들은 교주의 부활 여부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교주가 부활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전능한 대상을 만들고 자신이 믿고 싶은 신화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러한 심리를 ‘누미노줌(Numinosum, 신성성)’의 작용이라고 명명했다. 김 교수는 “광신도들에게는 내면의 결핍, 두려움과 수치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단의 권력자들에 의해 광신도들은 조작당하고 경제적으로 착취당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을 위한 해결책은 없을까. 한 정신과 의사는 “잘못된 것인지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는 일종의 중독이며,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며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습관적 탐닉을 해소하고, 정신과 약물 치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이 될 수 있는 궤도로 진입하게 해야 한다. 

또한 가정과 주변 사람들도 지속적 배려를 통해 이들이 사회로 복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충렬 교수는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단순 광신도의 경우에는 가족 갈등의 문제 등을 해결해 내면의 결핍을 채우면 대체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심취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믿어왔던 것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어떠한 말도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들은 자신이 굳게 믿었던 신념이 거짓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약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국가수장이 특정 사상이나 교리에 빠져 판단력이 흐려진다면 사회전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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