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환자 투약정보 노출 우려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환자 투약정보 노출 우려

기사승인 2016-11-09 00:02:00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프로포폴 등의 마약류의약품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만들어 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중점사업 ‘마약통합시스템관리’ 시범사업이 민감한 환자 정보를 갖고 있어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등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사업은 일선 의원이나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마약류의약품 등을 환자에게 투여하면 의약품 바코드가 ‘마약류통합시스템’ 리더기에 입력된다. 이에 따라 특정 환자가 어떤 의약품을 투여 받는지가 식약처에 보고되는 체계다. 일반 전문의약품과 달리 마약류 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은 보다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마약정책과 관계자는 "리더기는 제품정보만 입력되며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며 "환자정보는 리더기로 입력되는 것이 아니며,보안이 철저한 시스템에 입력하면 암호화되고 관리된다"고 밝혔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류 제조·수입·유통·사용 등 취급의 모든 과정을 전산시스템으로 보고받아 마약류 의약품 생산에서 투약까지 일련번호를 기준으로 생산·수입된 의약품에 대해 병의원·약국까지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환자 조제·투약현황까지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다. 한국의약품안전원이 현재 운영사업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현 새누리당 의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 주역도 김승희 전 식약처장이다. 당시 김 처장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마약류의 유통, 처방 등의 보고가 의무화되면 마약류 취급의 전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며 “불법 유통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마약류 안전관리가 가능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가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마약류의약품을 통합 관리하자는 취지였다. 일례로 마취제로 많이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은 그동안 오남용 되거나, 밀수 등으로 거래된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의약품용 마약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사건 등이 발생하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마약 밀수입이 증가하면서 식약처가 마약류 안전관리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 시스템은 2014년 구축을 완료하고 2015년 마약 취급 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관, 약국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 올해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 프로포폴)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문제는 일선 약국과, 병원에서 이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약사회는 “마약류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현행 시스템이 약국의 행정부담과 비용발생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약국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참여 약국 중 상당수가 리더기 불량으로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고 기존 약국시스템과의 충돌로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아 정상적 업무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약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스템도 불안정하고 비용부담이 높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구태여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역시 식약처가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시범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 의원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소통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며 “현장에서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는 것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환자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다. 이 통합관리시스템에는 의약용품, 마약을 취급하는 제조 수입 유통 사용 등의 전 취급 과정의 정보가 담겨있고, 이 정보는 식약처 시스템에서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보니 마약류의약품을 투약하는 의사의 조제내용, 환자들의 투약현황도 데이터베이스(DB)에 담겨 있어, 개인 정보가 유출 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마약정책과 관계자는 “마약류의약품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특성 상 환자 투약정보는 반드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식약처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완대책을 철저히 하고 있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내년 6월부터 이 사업은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전국 병·의원, 약국, 도매업체 등 의약품용 마약을 취급하는 경우 제조·수입·유통·사용 등 취급의 모든 과정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의약계의 한 관계자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의 취지는 좋으나 환자 개인정보 노출 위험, 비효율적 시스템 등 현장의 목소리와 식약처의 의견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일선 현장에서 이 같은 지적이 있다면 새겨 듣고 정책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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