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초대석] 문미옥 의원 “정치가 국민을 이끈다는 생각 버려야”

[국회 초대석] 문미옥 의원 “정치가 국민을 이끈다는 생각 버려야”

기사승인 2016-12-08 09:23:25

[쿠키뉴스=양병하 기자]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문미옥 의원(48·사진)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현시국에 대한 고견을 거침없이 전했다. 물론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전공 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구체적인 정책대안까지 꼼꼼하게 설명했다.

   문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국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통해 원하는 바가 무언인지 명확히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치권에서 최대한 받드는 게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치가 국민을 이끌어간다는 사고는 철저히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학정책 전문가인 문 의원은 앞으로 과기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많이 듣겠다특히 과학자들의 많은 연구성과가 우리사회에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교류하는 역할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시국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가 큰데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부터는 국민들의 감정과 요구를 어떻게 잘 받아들여서 의정활동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 국민들이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형태였는데, 현시국은 국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통해 원하는 바를 명확히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치권에서 최대한 받드는 모양을 만드는 게 국회의 역할이자 임무라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치가 국민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조금은 건방진 사고가 아닐까. 지난 5~6주간 이어지고 있는 국민들의 강한 요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한 사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요즘 매주 광장(촛불집회)에 나간다고 들었는데.

처음엔 2~3만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박근혜정부가 무시하고 너무나 가볍게 본 것 같다. 국민들의 뜻을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당초 국민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잘 듣고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사과하고 마무리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그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이 아니었나 싶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도 없고, 들을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정권이다. 국민들의 판단과 행동이 철저히 옳았다고 본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치신인으로서 실망감도 클 것 같다.

실망보다는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대의정치라는 말대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해진 법과 원칙에 따라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비례대표로 선출된 만큼 관련 분야에 정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현시국이 너무 혼란스럽기 때문에 정치적인 역할에 다소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정치인으로서 큰 공부가 되고 있다. 한편으론 이런 정치적 상황이 안정돼야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한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할 것 같은데.

지난 국감에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이슈가 대단했다. 특히 최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경주 지진을 계기로 과학기술을 통한 안전대책을 집중 제시함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일각에서는 연간 19조원이라는 거대한 투자를 하고도 R&D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제대로 투자가 되고 있는지, 연구개발에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연구에 임하고 있는 인력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환경 등이 조성돼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봤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에서의 자유연구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여러 사안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고경력·청년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올해 의정활동을 통해 많은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견한 만큼 내년부터는 반드시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환경개선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싶다. 특히 65000여명에 이르는 대학원생 연구자들이 제대로 보장을 받으면서 연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시작이다.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정권이 바뀌면서 들쑥날쑥했던 것 같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이 정책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대략 30년 정도다. 포항공대가 연구중심대학에 기치를 걸고 대학원을 운영하면서 과학기술 R&D가 우리나라에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기본법이 만들어진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로 떠올랐고, 조직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부처도 김대중정부 이전까지 로 있던 것을 로 격상시켰고, 이후 노무현정부에서는 부총리로 한 단계 더 격상시키면서 그 체제를 완성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보수정권으로 넘어오면서 그간의 노력이 너무 쉽게 허물어졌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교육부와 과기부를 합치더니 현정부에 들어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에게 소외감과 실망감을 안겼다.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나가는 기회를 많이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2003년부터 과학정책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10년 이상 정책사업의 기획, 운영, 관리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연구실에서만의 시각에 그치진 않는다. 국가 단위에서 어떻게 관련 정책이 기획, 운영되는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과기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많이 듣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특히 과학자들의 많은 연구성과가 우리사회에 실제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교류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들이 과학자들이 힘들게 만들어낸 훌륭한 지식과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야 한다.

    

-어려운 시기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국민들이 밝히고 있는 촛불로 인해 조금이라도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불안감, 생활고의 원인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곪으면 종기가 터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종기가 터졌고 그 것을 잘 치유하면 새살이 돋아나면서 치료가 된다.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과거 IMF 당시 금모으기운동을 벌였던 국민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길 희망한다. 국민들이 밝히고 있는 촛불을 모아서 다시 한 번 따뜻하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문미옥 의원>

-196812월 출생

-부산 성모여고 졸업

-포항공대 물리학과 졸업

-포항공대 물리학 석사, 박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md5945@kukinews.com

 

양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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