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에게 듣는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일·가정 양립 안착에 만전”

[차관에게 듣는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일·가정 양립 안착에 만전”

기사승인 2016-12-19 09:55:53

[쿠키뉴스=양병하 기자] “양성에 대한 조화의 문제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힘을 모으면 가족, 기업, 국가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남성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 양성의 조화를 통해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모니터링을 강화해가겠다.”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권용현(56·사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양성의 평등과 조화를 위해서는 상호 양보의 미덕,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988년 행정고시(32)에 합격한 권 차관은 공직의 대부분을 여성가족부에서 보냈다. 대외협력관, 권익증진국장,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맡으면서 여성정책의 기초를 다듬고 실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개혁과제로 선정해 주요부처와 협업을 통해 제도 안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했는데 소감은.

1980년대 말 공직에 입문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화운동이 시작되면서 억눌렸던 집단의 욕구가 분출되던 시대였다. 내가 담당했던 여성권리 등의 업무도 그 연장선상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차원에서 국가 어젠다로 여성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뜻 깊었던 건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것이다. 이 법이 마치 여성만을 전제로 한 것 같이 보여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됐다. 양성평등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것이 사회통합 및 발전에 기여하는 소중한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미력하나마 기여했다는 게 공직생활 중 큰 보람이다.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일들도 많았는데.

우리사회에서 가부장적 산물이라고 했던 호주제가 폐지되기까지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이 토대가 돼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증가했고, 대학을 진학하는 여성비율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이공계 진출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06년부터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시점이었는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2008년 비로소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다. 다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은 정착단계를 넘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현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일자리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여성의 취업, 창업 지원이 가장 큰 현안이다. 임신, 출산, 양육으로 인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수가 200만명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국가적 손실이다. 가정, 직장, 사회가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둘째, 사회적으로 돌봄이나 치유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밖청소년, 가출청소년, 한부모가정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중독 청소년, 정서불안정 청소년 등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치유에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한 현안이다. 물론 이 문제도 학교 교육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셋째,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족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이다. 가족간 대화가 단절되거나 이혼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사회공동체 지표이자 국가를 지속발전시키는 바탕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 취약가정은 물론 일반가정에 대해서도 다양한 교육방법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절벽의 문제가 심각한데.

저출산은 국가성장동력을 저해하는 근본원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사회문화적 접근, 경제적 접근이 있다. 출산을 많이 하는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여가부에서는 가부장적 사회를 탈피함으로써 출산을 유도하는 사회문화적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출산의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가정 양립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고용을 늘이는 동시에 출산율을 높임으로써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상관관계가 있다. 가정에서는 남성이 가사, 양육에 공동참여를 할 수 있도록 초보아빠수첩등 가이드를 보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견디기 힘든 기업문화도 문제다. 따라서 업무프로세서를 바꾸고, 성과평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여가부에서는 상공회의소 등 각 경제단체와 힘을 모아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 같은데.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보육시설 및 유치원 확충 등 세 가지 핵심제도를 위해 정부가 적극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시킴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가부를 중심으로 관련부처가 핵심개혁과제로 선정해 가정, 기업, 국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힘을 보태겠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여성이 받는 임금수준이 남성의 63% 정도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여성이 임신, 출산, 양육으로 30대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중간관리층으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경력단절기간이 10여년 정도 되다보니 임금이 낮은 부서로 배치되거나 낮은 직급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부가가치 직종의 기회도 남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력단절을 예방해야 한다. 지속적 근무를 통해 관리층으로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 스스로 직업관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성공한 여성 멘토를 양성하고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소개한다면.

여성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여성친화적 직업상담, 직업훈련의 창구다. 향후 지속적으로 센터를 확충함으로써 여성들이 고부가가치 직종으로 유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실제로 센터를 중심으로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경력단절여성이 200여만명에서 15만명 정도 줄었다. 정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계 진로지도를 위해 교육부와 힘을 모으고 있다. 심층적 분석을 위한 연구계획 등 제도개선을 통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여성문제가 국가의제로 다뤄진 게 1980년대 말이니 30년이 채 안됐다. 그럼에도 법과 제도적으로는 짧은 기간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현장에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성불평등지수가 평가대상국 155개 가운데 23위인데, 이 수치는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원스톱지원체제도 뛰어난 편이다. 현재 상담, 수사, 의료, 법률 지원 등을 한 곳에서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개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연수를 올 정도다. 앞으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개발에 앞장서겠다.

 

-어려운 시기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다문화가정과 비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과 양부모가정은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우리나라 국민이다. 여가부가 앞장서 이러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양성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가족, 기업, 국가가 행복할 수 있도록 실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남성과 기업의 참여를 적극 당부한다. 현장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고 모니터링함으로써 국민들의 행복증진에 힘을 보태겠다.

 

<권용현 차관>

-1960121일 출생

-대전고 졸업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학 석사

-서울대 행정학 박사

-32회 행정고시 합격

-여성가족부 대외협력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부 차관

 

md5945@kukinews.com

양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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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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