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조치 악용해 7900억원 부당이득 담배회사들

담뱃값 인상 조치 악용해 7900억원 부당이득 담배회사들

기사승인 2017-01-12 18:18:13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담배회사들이 2015년 담뱃값 인상 이전에 생산해 쌓아둔 담배 재고품을 팔아 7900억원의 수익을 얻었으나 기획재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담배회사의 부당 이득을 방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2일 담뱃세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KT&G와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3개사가 담뱃값 인상 전에 쌓아두었던 재고품을 인상 후 팔아 7900억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부당이득은 국고가 아닌 담배회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담배업체들의 부당한 재고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기획재정부와 부당 이득을 취한 KT&G에 대해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고차익이란 담배제조·유통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에 판매하면서 얻게 된 세금의 차액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담뱃세 인상 전에 재고를 늘린 뒤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재고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담배제조·유통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안이 발표된 지난 2014년 9월 이전에 재고량을 급격히 늘린 후 가격 인상 시행에 맞춰 판매해 막대한 재고차익이 발생했으나 기재부가 재고차익을 환수하는 규정을 정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기재부 담당자들은 내부에서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도 시간이 부족하고 과다한 징수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는 또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금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해 담배 제조사들이 고시 시행 전에 담배를 집중적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담배 제조사 3곳은 고시 시행 직전 하루 이틀 동안 평소보다 5.7배∼22.9배 많은 담배를 집중적으로 시장에 푼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담배 제조사들이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담뱃세 규정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점매석 고시에 대한 관리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회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기재부는 매점매석 고시가 시행에 들어간 이후에도 반출량 파악에 나서지 않았고, 일부 담배회사가 반출량을 조작하거나 기준량을 넘겨 담배를 반출하는 등 고시를 위반했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담배시장 점유율 61.68%를 차지하고 있는 KT&G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사실도 드러났다. KT&G는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인 2014년 유통망에 미리 반출한 담배 2억여 갑의 소매점 인도 가격을 83% 인상, 3300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해당 담배들은 담뱃세 인상 전에 시장에 풀렸으므로 가격을 올려서는 안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KT&G의 담배 가격 인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담배세금 인상 전 반출한 재고를 가격 조정 없이 판매한 KT&G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자, 제조사인 KT&G는 당시 관련법령을 준수한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KT&G는 감사원이 지적한 재고차익의 경우 유통·과세구조에 따라 조세인상전에 반출된 재고는 조세인상 이후에 판매될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발생했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고량 감축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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