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A(44)씨는 지난 12일 낯선 이로부터 대출을 권유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존 대출을 받고 있었던 터라 A씨는 처음에는 무시했다.
하지만 그 뒤부터 며칠 동안 같은 내용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전화기 속 인물은 “기존 대출이 있어도 저금리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말로 A씨를 꼬드겼다.
적지 않은 돈을 대출받았던 A씨는 저금리로 전환이 된다는 말에 흔들렸다.
그러자 전화기 속 인물은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상환하면 중도상환금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A씨는 이후 전화기 속 인물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A씨는 지난 20일 은행을 찾아가 현금을 인출하려고 했다.
이 돈을 찾아 전국은행연합회 직원에게 건네주려고 했는데, 그래야 기존 대출금을 갚는데 따른 중도상환금을 물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이 A씨를 속였던 것.
A씨는 평소 알고 있던 은행 직원이 갑자기 거액을 인출하려고 하자 이상함을 느끼고 만류하면서 다행히 큰 화를 면했다.
이 은행 직원은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공교롭게도 경찰은 신고 전날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범인 검거 체계를 구축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만에 실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하면서 검거조 구성, 용의자 도주로 차단에 나서는 등 훈련 시나리오대로 치밀하게 움직였다.
결국 A씨에게서 돈을 건네받으려고 접선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 B(38)씨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이 사건 말고도 7건의 동종 범행으로 1억6000여 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승원 지능범죄팀장은 “설 명절을 앞두고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이런 유형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반드시 112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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