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알권리, 보험 증권서부터 시작

[기자수첩] 소비자 알권리, 보험 증권서부터 시작

기사승인 2017-02-06 15:30:54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보험증권은 소비자와 보험사의 계약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다. 소비자는 이 증권을 보험 계약 체결 뒤 주로 우편으로 전달받는다. 증권에는 가입 보험의 보장 내용 및 조건도 간단하게 설명돼 있다. 예컨대 암보험 가입자의 경우 ‘암치료비’는 ‘암보장 책임 개시일 이후 최초로 암 진단 확정시(1회에 한함)’에 ‘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증권을 받는다. 

증권에 가입 보험의 주요 내용이 적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두꺼운 약관 보다 증권을 먼저 꺼내든다. 증권을 1차 참고자료로 이용한다는 얘기다. 보험법상 ‘보험 계약 증명 서류’로서만 기능하는 증권에 소비자들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로 인해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얼마전 보험금문제로 증권을 보다 혼란을 겪은 김정선(가명)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50대 여성인 김씨는 2002년 A생명보험사의 암보험에 가입했다. 14년이 흐른 2016년 김씨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암입원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김씨에게 지급했다. 보험사의 지급거절 사유는 ‘김씨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가입 당시 받은 보험 증권을 살펴봤다.

증권에는 암 입원비 항목에 ‘암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게 위해 펼친 약관에는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시’라고 명시돼 있었다. 김씨는 “잠시나마 증권 내용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게 너무 속상하다”며 “증권에도 주요 보장 조건은 확실하게 적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A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험 계약은 약관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에도 주요 보장 조건을 명확하게 넣어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두툼한 책 한권에 해당하는 보험 약관을 독파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다. 소비자가 보험사만큼 관련 지식을 아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보험금 지급의 칼자루를 쥔 보험사가 증권에도 주요 보장 조건을 확실하게 명시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의 알권리는 1차 참고자료인 증권에서부터 시작한다.

noet85@kukinews.com

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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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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