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보사 빅3 징계, 피해자 위한 당국의 도리

[기자수첩] 생보사 빅3 징계, 피해자 위한 당국의 도리

기사승인 2017-02-27 08:59:57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피해자 구제를 가능케 할 최소한의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자살보험금 논란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한화·교보생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나온 제재방침은 ▲각 생보사 대표이사에 대한 문책경고 및 주의적 경고 ▲재해사망보장 신계약을 판매할 수 없는 영업정지 1~3개월 ▲과징금 3억9000만원~8억9000만원 등 대체로 중징계다. 

이는 지난해 말 금감원이 생보사 빅3에 예고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교보생명의 경우 당일 입장변경이 징계수위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은 금감원의 제재심의회의 약 4시간 전에 부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에서 이자를 뺀 672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생보사에 대한 징계방침은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다음 달 금융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후 금융위에서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위가 생보사 빅3 징계내용을 최종 승인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보험금을 받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피해자들은 당국의 보험사 징계 여부와 상관없이 외롭고 지난한 개별소송을 이어나가야 한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 판례(2016년 9월)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보험사 징계 결정은 피해자들에게 법정에서 유리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생보사 3사에 대한 징계승인은 그동안 논란을 방치해온 당국이 피해자들에게 보여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소비자 단체에선 자살보험금 논란이 수년간 이어진 데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본래 이 문제는 생보사들이 2000년대 초반 ‘자살도 재해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약관에 실수로 명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국은 보험사들이 ‘잘못 만든 보험약관도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기어이 ‘소멸시효’라는 표현을 받아낼 때까지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생보사 3곳에 대한 중징계가 최종 결정되면 피해자들이 소송할 때 효과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며 “그럴 경우 대법 판결이 피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 관계자는 “관례상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금융위 회의에서 금감원 의결사항이 대부분이 수용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공은 금융위로 넘어갔다. 

noet85@kukinews.com

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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