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소외계층 지원vs정책홍보, 정책성 보험

[알기쉬운 경제] 소외계층 지원vs정책홍보, 정책성 보험

기사승인 2017-03-14 09:11:48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 경북 영천시에 사는 A씨는 지난해 9월 지진으로 단독주택 50㎡ 벽면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풍수해 보험에 가입했던 그는 보험금 1237만5000원을 지급받아 수리비로 썼다. A씨가 낸 보험료는 연 4400원이다. 

# 경북 밀양시에서 비닐하우스(1,700㎡, 515평)를 운영하던 B씨. 불행하게도 그의 일터는 지난해 10월 한반도 남쪽을 휩쓸고 간 태풍 차바의 영향권 안에 들어있었다. 차바가 지나간 뒤 B씨의 비닐하우스는 모두 망가졌다. 낙심하던 찰나 그는 1년 보험료 86만원을 내고 가입한 풍수해보험이 떠올랐다. B씨는 7971만원을 보상받아 비닐하우스를 복구했다.

규모 5.8 지진, 태풍 차바, 대구 서문시장 등 재래시장 대형화재가 이어지면서 정책성 보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성 보험은 공익적 목적으로 정부가 제안하고 보험사가 개발·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가입자가 내야하는 보험료의 일부 또는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손해가 나면 이를 보험사 대신 정부가 보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지원은 ▲정부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해당 상품 가입률을 높이거나 ▲손해율이 커서 상품개발 및 인수를 꺼려하는 보험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정책성 보험의 대상자는 주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서민·저소득층이다. 

정책성 보험으로는 풍수해보험을 비롯해 농작물재해보험, 자전거보험, 4대악보험, 노후실손보험 등 20여개가 있다. 이중 풍수해보험은 지난해 대규모 자연재해를 잇따라 겪으면서 5개월(2016년 9월~2017년 1월) 새 가입률이 1만1364건이나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654건)보다 163% 뛴 수치다. 정책당국은 시민들 스스로가 가입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통시장 화재보험도 정부의 지원이 들어간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 여수 수산시장 화재가 이어지면서다. 전통시장은 화재가 나면 피해규모가 막대한 데 반해 상인들의 보험 가입률이 낮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영세상인들이 대다수인 게 근원이다. 또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전통시장 화재보험 인수를 꺼려하는 것도 주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당 이슈는 현재 관계당국, 보험사,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원 여부 및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성 보험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지난 10일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한 4대악보험이 대표적이다. 박 전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3년 사회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4대악 척결 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보험사들에게 학교폭력·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보장하는 4대악 보험상품 개발·출시를 독려했다. 지난 2014년 7월 현대해상이 유일하게 4대악 보험을 출시했으나 2017년 현재까지 단 한건도 팔리지 않은 상태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애초에 시장성이 없는 상품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홍보·판매가 안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소외계층 지원보다 ‘4대악 척결’이라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초점이 맞춘, 정책성 보험의 부정적 실태를 보여준 전형이다”고 꼬집었다.

noet85@kukinews.com

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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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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