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성 보험 악순환의 고리…박근혜 파면과 대선으로 끊어야

[기자수첩] 정책성 보험 악순환의 고리…박근혜 파면과 대선으로 끊어야

기사승인 2017-03-20 05:00:00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은 ‘마마’를 외치는 박사모 뿐이 아니다. 그는 보험업계에도 관치금융의 흔적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사회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을 국정과제로 선포한 뒤 나온 4대악 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보험은 2014년 7월 출시된 이래 2017년 현재까지 단 한건도 팔리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5년 나온 산후조리원 배상책임보험과 태양광대여사업자 배상책임보험 등도 가입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들은 모두 정책성 보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성 보험은 정부가 공익 목적으로 판매를 제안하고 보험사가 개발·판매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세금 등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험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하는 이유다. 

정책성 보험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정책 홍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이 상품들의 또다른 공통점이다. 수요자 니즈와는 무관하게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가입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거다. 애초에 시장성이 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이유가 없다. 정부 압박에 졸속으로 출시됐다가 시장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정책성 보험의 현주소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자전거 보험도 정책 홍보용 보험의 대표사례다. 당시 MB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에 자전거 도로를 깔면서 보험업계에 관련 상품을 출시토록 했다. 이후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자전거보험을 내놨으나 개인 소비자의 가입건수는 저조한 상태다. 이유는 역시 부실한 상품내용 및 보험사의 홍보 부족이다. 

관련 업계 한 종사자는 “당시 출시된 자전거보험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난 사고에만 적용되고 대물 배상이 안됐으며 실손보험 보장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며 “내용이 부실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지 못했고, 보험사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지자체별로 자전거 단체보험에 가입률이 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실제 적용 건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깔린 지자체의 경우 홍보용으로 자전거 단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자전거 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사례가 다수 등장해야만 또다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성 보험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하는 건 다가올 대선과 무관치 않다. 세금이 투입되고, 보험사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가입자 역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힘든 정책 홍보용·전시 행정용 보험. 이 관치금융의 악순환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끊어지길 기대해 본다. 

noet85@kukinews.com
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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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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