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팀 LW, 럭셔리하지 못했던 갑(甲)질

[옐로카드] 팀 LW, 럭셔리하지 못했던 갑(甲)질

기사승인 2017-08-10 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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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팀 럭셔리 워치(LW)가 ‘루나’ 장경호와 ‘후’ 박제형에게 지난 8일 방출을 통보했다. APEX 시즌4 로스터 제출 기한이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둘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미 APEX 시즌4에 참가하는 팀들은 전부 로스터 제출을 완료한 상황이다. 국내에 두 선수를 받아줄 수 있는 팀은 없다.

사건이 커지고, 게임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자 팀 LW는 10일 오후 성명을 발표했다. 연습 단계에서의 성적 부진, 그로 인해 잦아진 팀 내 트러블이 방출 원인이라고 지영훈 전 감독은 밝혔다. 하지만 방출 사유는 중요치 않다. 진정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방출 방법과 시기이기 때문이다.

갑(甲)인 지영훈 전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결단코 보복성 방출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을(乙)인 장경호는 “보복성 방출이 맞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을까.

장경호의 소속팀 LW 블루는 지난 6월27일 APEX 시즌3 8강 최종전 루나틱 하이전에서 패해 일정을 조기 마감했다. 박제형의 소속팀 LW 레드 역시 7월 중순경 APEX 승격을 확정 지었다. 두 팀 모두 리빌딩을 구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일례로 지난달 29일 결승을 치른 뒤 약 보름 만에 새 시즌을 맞이하는 콩두 판테라도 별 잡음 없이 리빌딩을 마치고 새 선수를 영입했다. 팀 LW는 지난 1달 동안 무엇을 하다가 로스터 제출 직후가 되어서야 선수에게 방출 사실을 통보했을까. 그래서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게 만들었을까. 선수의 앞날을 가로막는 처사,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렇게 방출된 선수는 어디로부터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나. 또 ‘제2의 팀 LW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오버워치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가입된 e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선수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KeSPA측이 중재에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게임단에 페널티를 줄 권리 혹은 방법은 없다. 장경호와 박제형은 KeSPA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목사 블리자드도 손 쓸 도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의 유일한 터전인 APEX 참가가 팀의 갑질로 좌절된 상황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성적 부진에 의한 방출이다. 여기에서 ‘뒤늦은 통보’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가 종목사랍시고 특정 팀의 리빌딩 결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식 리그 격인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하는 팀은 선수와 최소 1년 계약을 맺게끔 되어있으나, 팀 LW는 오버워치 리그에 포함되어있지도 않다.

팀 LW의 이번 처사는 악랄하고 저열했다. 무슨 뒷사정이 있었든지 간에 이런 식으로 선수를 괴롭혀선 안 됐다. 그 어떤 프로 스포츠에서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선수 커리어를 망치려고 든 경우는 없었다. 팀 LW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장 프로페셔널한 리그를 꿈꾼다”던 오버워치 리그에 전혀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팀 LW는 럭셔리 워치(Luxury Watch)의 줄임말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팀의 태도는 럭셔리는커녕, 천박함으로 점철됐다. 모 영화 대사처럼 돈이 없어도 ‘그건’ 있어야 하지 않을까.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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