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다친 달팽이는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메타 아테나의 시즌4 리빌딩은 실패로 돌아갔다.
메타 아테나는 지난 23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열린 MV 스페이스와의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3 조별 예선 A조 3경기를 0대3으로 마감했다.
지난 14일 러너웨이전에 이어 다시 한번 완봉패를 당했다. 다음 경기 또한 어려운 게임이 예상된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루나틱 하이다. 지난 시즌2 혜성같이 등장해 4강에 올랐던 메타 아테나. 시즌3에선 8강 진출에 그치더니, 올 시즌에는 승강전행이 유력해졌다.
▶ 실패로 돌아간 리빌딩
올 시즌 아테나의 문제는 리빌딩 실패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 시즌 메인 탱커로 활동했던 ‘창식’ 문창식, ‘알파’ 신재현을 내보낸 뒤 ‘리오’ 오승표를 새로 영입했다. 또 팀의 브레인을 담당했던 서브힐러 ‘너스’ 김종석과 작별하고 메인 힐러 출신 ‘혀누’ 조현우와 ‘크리스’ 최준수로 후미를 꾸몄다.
올 시즌 메타 아테나는 탱커진과 그들을 보필할 힐러진 간 호흡이 맞지 않았다. 앞선 유지력이 떨어지자 이어지는 힘싸움에서도 완패하는 그림이 반복해서 나왔다. 오버워치는 ‘탱커워치’로 불릴 만큼 탱커진의 중요도가 높은 게임이다.
지난 시즌3부터 제기돼왔던 문제점, 서브 탱커 ‘훈’ 최재훈의 디바 기량 또한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았다. MVP 스페이스 서브 힐러 ‘운디네’ 손영우는 지난 23일 메타 아테나를 꺾은 후 인터뷰 자리에서 “메타 아테나의 강점은 자리야에 있었다”면서 “최재훈이 디바를 맡고 있는 올 시즌은 메타 아테나의 전력이 약할 거라 예상했다”고 적나라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디바는 현재 버전에서 필수 픽으로 꼽힌다. 따라서 메타 아테나의 부진은 예고된 바였다. 플렉스 ‘리베로’ 김혜성 또한 디바를 다룰 수 있으나 이미 맡은 짐이 많고 무겁다. 그는 팀에서 파라, 트레이서, 솔저:76, 한조, 겐지, 솜브라 등 거의 대부분의 딜러군 영웅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 서브 힐러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조현우의 영웅 폭 또한 아쉬웠다. 올 시즌 메타 아테나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는 메르시와 루시우 전문가였다. 지난 6월 이적 후 아나와 젠야타를 꾸준히 연습해왔으나 전문 서브 힐러들에 비해 그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러너웨이전 3세트 아누비스 신전 공격 턴은 올 시즌 메타 아테나의 문제점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게임이었다. 당시 이들은 조현우에게 솜브라를 맡겨 수차례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조현우와 메타 아테나의 솜브라 전략 숙련도는 상대 ‘콕스’ 김민수와 러너웨이에 비해 부족했다. 팀워크가 맞지 않아 궁극기 ‘EMP’ 사용을 통한 스킬 연계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당시 경기를 해설하던 김정민 해설위원은 “솜브라를 빼는 게 낫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3일 MVP 스페이스전에서는 김헤성이 솜브라를 도맡았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메타 아테나는 상대가 B거점 3분의 1조차 장악하지 못한 채 공격 턴을 마쳤다.
▶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타 아테나의 시즌4는 사실상 실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앞으로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패치의 방향이 이들을 향해 웃어준다. 종목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라인하르트와 자리야의 능력치를 상향시키는 등 돌진메타 일변도의 게임을 종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메타 아테나의 가장 큰 걸림돌 디바 또한 리메이크가 예정돼있다.
2번째는 새 코치진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금 ‘볼진 체제’의 메타 아테나에게 필요한 것은 리빌딩이 아닌 시간이다. 비시즌에 ‘로얄로드’ 신선재 전 코치가 팀에서 나간 이후 메타 아테나에는 한동안 코칭스태프가 없었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볼진’ 강민규 코치는 지난 7월 중순 취임했다. 이어 ‘낙엽’ 이유빈 코치도 8월 초 메타 벨리움을 담당하기 위해 합류했다. 올 시즌 두 코치에게 1달의 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들의 다음 경기 루나틱 하이전은 오는 9월12일에 펼쳐진다. 첫 2주간 주 3경기 체제로 운영되던 APEX가 다시 주 2경기 체제로 바뀌어 시간적 여유는 충분한 편이다. 사실상 승강전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메타 아테나 팬들은 기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정도의 긍정적 변화를 보여주며 시즌을 마감하기를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