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잠실 윤민섭 기자] ‘강팀’ 롱주가 새로운 챔피언에 올랐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수준 높은 경기력이었다.
롱주 게이밍은 26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결승전에서 SK 텔레콤 T1에 세트 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롱주는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햇수로 5년 만이다. 사상 첫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본선 진출도 함께 확정지었다. 동시에 롤챔스 결승에서 SK 텔레콤 T1을 이긴 최초의 팀이 됐다. 오늘 경기 각 세트 별 승리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 1세트: 잭스 운영 정석 선보인 롱주
롱주의 밴픽은 솔직했다. 미드와 바텀에 안정적 라인전 수행이 가능한 오리아나와 바루스를 배치했다. 탑에 캐리형 챔피언을 뽑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SKT도 ‘칸’ 김동하에게 스플릿 푸셔 롤을 맡기려는 롱주의 의도를 간파했다. 2번째 밴 카드로 트런들과 제이스를 금지한 건 이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롱주가 자신 있게 잭스를 뽑자 SKT는 쉔으로 응수했다. 미드·바텀에 힘을 실어 빠르게 기선을 제압하고, 잭스의 본대 합류를 강제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기는 SKT의 의도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커즈’ 문우찬의 자크가 ‘피넛’ 한왕호의 그라가스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초반 피해를 최소화시킨 탓이었다. 애쉬와 탐 켄치의 궁극기 또한 별다른 변수를 창출해내지 못했다. 미드와 바텀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자 김동하는 온전히 라인전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잭스는 쉔을 압도했다. 7분경 10개 내외로 앞서던 CS를 1분 뒤 20개 차이로, 3분 뒤 30개 차이로 벌렸다. 경기 시작 후 15분여가 지나자 두 탑 라이너 간 CS 차이는 50개를 넘어섰다.
이후부터는 잭스의 독무대였다. 원하던 대로 스플릿 주도권을 쥔 김동하는 SKT의 탑과 바텀을 실컷 두들겼다. 23분께 바텀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을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낸 건 이 경기의 백미였다. 적의 정신적 지주를 잡아낸 롱주는 곧장 내셔 남작을 사냥, 게임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 2세트: 승리를 당겨온 ‘고릴라’ 강범현의 ‘사형선고’
2세트 수훈갑은 ‘고릴라’ 강범현의 쓰레쉬였다.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어갈 뻔했던 경기의 흐름을 수차례 뺏어왔다. 우선 13분경에는 ‘프레이’ 김종인의 자야가 전사한 상황에서 블루 버프를 빼앗으러 온 상대 정글러와 서포터를 잡아냈다.
19분에도 마찬가지였다. 라칸을 고른 ‘울프’ 이재완의 이니시에이팅을 되받아쳐 상황을 반전시켰다. ‘사형선고’를 맞은 이재완은 궁극기 ‘매혹의 질주’ 써보지도 못한 채 전사했다.
강범현이 킬을 적립하면서 양 팀 서포터 간 아이템 및 레벨 차이가 벌어졌다. 경기 종료 직전 기준으로 이재완은 군단의 방패, 불타는 향로, 루비 시야석을 갖췄다. 반면 강범현은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 구원 등을 구비한 상태였다. 자연스레 대규모 교전에서도 이재완보다 더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범현은 또 29분경 자신들의 내셔 남작 사냥을 저지하러 달려든 ‘페이커’ 이상혁의 에코에게도 ‘사형선고’를 적중시켰다. 이때 롱주는 재빨리 에코를 포커싱해 잡아냈고, 이후 안정적으로 내셔 남작을 사냥할 수 있었다.
▶ 3세트: 식스맨의 가치 증명한 ‘블랭크’와 ‘후니’
‘블랭크’ 강선구의 그라가스는 2레벨부터 ‘커즈’ 문우찬의 자크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상대 칼날부리에서 무려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복하는 등 초반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자크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5분부터 7분까지는 강선구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우선 5분에는 문우찬이 집으로 귀환하는 동안 바텀 갱킹을 시도, ‘프레이’ 김종인의 바루스를 잡아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6분9초에는 다시금 상대 상단 정글에 진입, ‘후니’ 허승훈의 나르와 합세해 문우찬을 잡았다. 정확히 1분 뒤인 7분8초에는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과 함께 하단 정글에서 문우찬에게 2번째 데스를 선사했다.
새로이 투입된 ‘후니’ 허승훈 또한 ‘칸’ 김동하를 압도하며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나르를 선택한 그는 강선구의 카운터 정글링에 적극적으로 가세해 킬을 만들어냈다.
25분경 스플릿 푸시 과정에서 김동하의 카밀을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낸 건 SKT 입장에서 1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장면이었다. 오늘 1·2세트에 이상혁과 ‘운타라’ 박의진을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내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던 김동하였기 때문이다.
허승훈은 또 27분경 15초간 이어진 도주 끝에 롱주 3인의 추격을 물리치고 생환하기도 했다. SKT는 이때를 틈타 롱주 바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 4세트: ‘칸’이 왕좌에 오르다
SKT가 감히 제이스를 밴하지 않자 ‘칸’은 진노했다. 김동하는 경기 초반부터 ‘후니’ 허승훈의 초가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커즈’ 문우찬의 그라가스와 ‘비디디’ 곽보성의 탈리야의 지원까지 받은 그는 재차 허승훈 상대로 킬을 따내 탑 라인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탑 포탑을 깨부순 이후에는 미드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이후 1·2세트의 데자뷰가 펼쳐졌다. 김동하는 스플릿 푸시를 시도해 CS를 독식했고, 동시에 허승훈의 성장을 저지했다. 20분경에는 솔로 킬을 따냄과 동시에 ‘페이커’ 이상혁의 순간이동을 소비시켰다. 이로써 김동하는 오늘 ‘운타라’ 박의진과 허승훈, 이상혁을 모두 자신의 솔로 킬 제물로 삼는 데 성공했다. 한편 롱주의 본대는 이상혁이 바텀으로 순간이동하자 주저 없이 내셔 남작을 사냥, 승기를 굳혔다.
22분경 SKT 측 바텀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도 김동하는 빛났다. 혼자서 이상혁의 코르키와 허승훈의 초가스를 마킹했고, 더 나아가 역으로 킬을 만들어냈다. 김동하의 활약 덕에 롱주는 대규모 교전에서 완승을 거뒀고, 여유 있게 상대 넥서스를 부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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