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서울 e스타디움 윤민섭 기자] 삼성이 2년 연속 롤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천적으로 평가받던 kt를 잡았기에 더욱 의미 있는 하루였다.
삼성 갤럭시는 2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개최된 kt 롤스터와의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대표팀 선발 3차전을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승리했다.
▶ 1세트: 스플릿 푸시보다 더 우직했던 삼성의 오브젝트 사냥
kt는 쉔과 탈리야를 함께 뽑았다. 글로벌 운영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이들은 조합의 색을 잘 살렸다. 경기 초중반에 ‘크라운’ 이민호의 신드라를 미드에 묶어두면서 빠르게 합류해 수적 우위를 만들거나, 반대로 그를 고립시켜 킬을 만들어냈다.
kt가 잽을 주무기 삼은 아웃복서였다면, 삼성은 우직함이 장점인 인파이터였다. ‘스멥’ 송경호를 필두로 한 상대 스플릿 푸시 전략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송경호가 바텀을 푸시한다 싶으면 곧장 내셔 남작 사냥을 시도해 그를 불러들였다.
오브젝트 싸움을 유도한 삼성 측 자신감의 원천은 초가스와 칼리스타였다. 이 두 챔피언 덕에 사냥 속도는 상대 계산 범위를 벗어날 만큼 사냥 빨랐고, 강타 싸움에서는 100% 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의 과감하면서도 우직한 오브젝트 사냥은 kt를 당황케 했다. 사냥 견제도, 송경호의 합류도 조금씩 늦거나 어설펐다. 승패를 결정지었던 마지막 대규모 교전에서는 삼성이 내셔 남작을 사냥한 지 10초가량이 지나서야 쉔이 전장에 합류했다.
삼성은 상대가 무엇을 하든 휘둘리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고, 그로써 ‘정석을 가장 잘 구사하는 팀’에 걸맞은 보상을 얻었다.
▶ 2세트: 바텀 싸움서 완승 거둔 삼성… 숨은 공신 ‘앰비션’ 강찬용
‘룰러’ 박재혁은 삼성이 2세트 연속 1픽으로 칼리스타를 선택한 이유를 증명했다. 라인전에서부터 킬을 만들어내는 등 상대 바텀 듀오를 압도했다. 핵심 특성으로 ‘전쟁광의 환희’가 아닌 ‘전투의 열광’을 선택했고, 그를 통해 상대에게 오차 범위 이상의 데미지를 누적시킨 게 주효했던 장면이었다.
박재혁이 9분경 ‘스코어’ 고동빈의 날카로운 갱킹을 받아넘긴 건 바텀 듀오의 독특한 소환사 주문 덕택이었다. 박재혁이 방어막을, ‘코어장전’ 조용인이 회복을 들고 있었기에 상대 포커싱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잔나의 서포팅 스킬인 ‘폭풍의 눈’과 ‘계절풍’에 핵심 특성으로 ‘바람술사의 축복’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다.
바텀 듀오 캐리력이 눈부셨던 한 판이었지만, 그 판을 깔아준 건 베테랑 ‘앰비션’ 강찬용이었다. 상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순간이동’을 활용한 케넨의 진입 후 궁극기 사용을 철저하게 막아내 팀원들이 실컷 날뛸 수 있게끔 도왔다. 다소 쉽게 풀어나갔던 경기, 순간 긴장이 풀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베테랑의 침착함이 빛났다.
강찬용의 ‘스멥’ 송경호 집중 마크 때문에 kt는 케넨 없이 최후의 대규모 교전을 펼쳐야 했다. 핵심 전력 없이 치른 4대4 전투의 결과는 자명했다. 이들은 단 1킬도 얻어내지 못한 채 완패했고, 곧 넥서스를 내줬다.
▶ 3세트: ‘큐베’ 이성진, 탱커 플레이의 정석 보여줬다
삼성만이 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3개 억제기가 수차례 부서진 상황에서도 쌍둥이 포탑을 지켜냈다. 오브젝트를 번갈아 뺏긴 와중에도 뛰어난 진형 유지를 바탕으로 매 대규모 교전을 이겼다. 점차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아 오더니 기어코 게임을 뒤집었다.
대역전극을 일궈낸 3세트 삼성의 중심에는 ‘큐베’ 이성진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오카이를 선택한 그는 상성 상 불리한 ‘스멥’ 송경호의 자르반 4세와의 라인전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지는 대규모 교전 단계에서는 특유의 단단하고 안정적인 포지셔닝으로 상대 자르반 4세를 견제했고, 때에 따라서는 ‘코어장전’ 조용인, ‘앰비션’ 강찬용과 함께 kt의 딜러진의 발을 묶었다.
이성진은 3세트 내내 탱커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내면서도 2데스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킬 관여율은 79%에 달했다. 스프링 스플릿 당시만 하더라도 딜러 챔피언에 비해 탱커 챔피언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던 이성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중요했고, 또 치열했던 경기에서 그는 탱커 플레이의 정석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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