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kt 롤스터의 슈퍼팀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이 났다.
kt는 지난 2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와의 2017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대표팀 선발 3차전을 0대3으로 완패, 올해 일정을 조기 마감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2016년과 같은 결과를 남겼다. 정규 시즌 준우승과 3위에 1번씩 올랐고 롤드컵 선발 최종전에서는 삼성에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들은 ‘스멥’ 송경호, ‘데프트’ 김혁규 등 슈퍼스타를 데려오기 위해 1년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했다. 입 모아 “우승하기 위해 왔다”던 이들은 왜 제자리걸음을 했을까.
▶ ‘천적관계’에 두 번 눈물 흘린 슈퍼팀
‘천적’ SK텔레콤 T1을 단 1번도 이기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던 한 해였다. 정규 시즌은 물론이거니와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길목에서도 이들과 마주쳐 패했다.
스프링 결승전에서 패해 우승을 놓쳤다. 서머 정규시즌 막바지에 또 패하면서 2위로 밀려났고, 롤드컵 본선 직행이 좌절됐다. 이 굴욕은 서머 플레이오프전 ‘승승패패패’로 종지부를 찍었다.
반대로 상대 전적 절대 우위에 있던 삼성에게는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서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이들은 롤드컵 선발전 전까지 삼성 상대로 4승1패를 기록 중이었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전 3대0 승리를 포함해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롤드컵 선발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자연스레 롤드컵 본선행 티켓도 날아갔다. 2년 연속으로 눈앞에서 롤드컵을 놓쳤으니 kt에겐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 40분 이상 장기전서 5승8패…전원 베테랑 멤버 구성 역효과?
올 시즌 kt의 가장 큰 문제는 뒷심 부족이었다. 40분 이상 장기전을 총 13세트 치렀고 5승8패를 기록했다. 베테랑 선수 5인에게 걸린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초반 스노우볼을 잘 굴려놓고도 제대로 된 마무리 한 방을 날리지 못해 패배하는 그림이 계속 나왔다. 이기는 법을 가장 잘 아는 5명이 한 데 모이자 오히려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서포터 ‘마타’ 조세형은 지난 7월 진에어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최근 스크림에서도 억제기를 민 뒤 지는 경우가 잦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롱주 게이밍과 대조된다. 올 시즌 롱주는 바텀 듀오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을 제외한 3인을 모두를 신인 혹은 중고 신인으로 채웠다.
이들은 전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화될 거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신구 조화가 전체적인 팀워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 신인 특유의 호전성과 바텀 듀오의 노련함이 어우러져 조직력을 높였다. 정규 시즌에 14승4패 승점 14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고, 이어진 결승전에서 SKT를 3대1로 잡아 창단 후 첫 우승에 성공했다. 반드시 ‘슈퍼팀’만이 해법은 아니란 것을 롱주는 증명했다.
▶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kt 선수단은 언제나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들이 가진 트로피를 전부 합치면 롤챔스 우승 4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 2회, 롤드컵 우승 2회가 된다. 그 외 다수의 중국 리그 우승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한 팀에 뭉쳤으니 목표가 ‘최소 우승’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승은커녕 롤드컵 진출조차 실패한 시즌이 되고 말았다. kt가 차기 시즌에도 이 멤버 그대로 다시 한번 대권 도전에 나설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게 전술적 변화이든, 로스터 변경이든 간에 팀의 체질 자체를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저주받은 수식어 ‘올해는 다르다’가 이제 kt의 것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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