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염보성 ASL 실격 논란을 바라보며

[옐로카드] 염보성 ASL 실격 논란을 바라보며

염보성 ASL 실격 논란을 바라보며

기사승인 2017-09-09 01:49:28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염보성이 지난 7일 여성 방송인 ‘여순’에게 과도한 스킨십을 시도하고, 주먹을 휘두른 장면이 개인 방송을 통해 송출됐다. 이에 아프리카 TV는 염보성의 ASL 시즌4 참가 권한을 박탈했다.

▶ 그가 실격한 ASL 시즌4의 가치

‘은퇴 후엔 무얼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가’는 모든 직장인의 평생 고민거리다. 30대를 맞이하기 전 은퇴 수순을 밟는 프로게이머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이 고민과 마주한다. 메이저 씬에서 밀려난 스타크래프트 종목 프로게이머 출신들에겐 더욱 와닿는 문제다.

열정은 여전했지만 복귀할 자리가 없어 아쉬웠던 이들에게 아프리카 TV는 안성맞춤의 무대였다. ‘택뱅리쌍’은 물론이거니와 병역 문제로 잠시 이 바닥을 떠났던 선수들에게도 훌륭한 복귀 터전이 됐다.

인터넷 방송의 열기는 오프라인 대회 재개막으로 이어졌다. 총 3번의 ASL이 성황리에 끝났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리쌍록’을 재현했고, 대기업 스폰서 유치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 이영호와 이영한 간 맞대결이 펼쳐졌던 ASL 시즌3 결승은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를 가득 채웠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시즌4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으로 진행되는 첫 시즌이다.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리마스터 기념 행사 ‘GG 투게더’가 수십만 명의 시청자를 동원하는 등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이 식지 않았음이 확인된 요즘이다.

상금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승 시 6000만 원을 얻는다. 준우승자와 3위 입상자에게도 각각 2000만 원과 500만 원이 주어진다. 시즌2 준우승자이기도 한 염보성은 그 ASL 시즌4에서 실격했다. 그의 말처럼 “20대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스타리그”가 시작도 전에 마감했다.

▶ 사랑했던 이들의 인터넷 방송 진출을 바라보는 e스포츠 팬들의 심정

사건 당사자인 염보성과 ‘여순’이 “애당초 친분이 있었고, 이번 사건은 문제시될 게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 파장은 줄어드는 듯 보인다. 일부 언론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고서 성급하게 보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진의가 어쨌든지 간에, 대중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성추행과 폭력을 연상케 하는 연출을 한 건 하지 말아야했던 행동이다.

엄밀히 말해 염보성은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전(前) 프로게이머일 뿐 현 직업은 인터넷 방송인이다. 이 두 직업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는 현격히 다르다. 비단 염보성뿐만이 아니더라도, 은퇴 후 인터넷 방송을 업으로 삼은 프로게이머들이 유독 구설에 오르내리는 건 대다수의 팬들이 그 간극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e스포츠 스타들이 하나둘씩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복귀하고, 또 행실 논란에 휩싸이는 걸 바라보는 e스포츠 올드팬들의 심정은 복잡미묘하다. 어쩌면 두려움에 가깝다. 흡사 전 장병의 존경을 받으며 명예롭게 물러났던 퇴역군인을 태극기 집회 한복판에서 다시 만난 것만 같아 괴롭다.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는 건 방송인과 시청자들이다. 하지만 자극적 콘텐츠가 문제시된 게 고작 일이 년 전 이야기가 아니란 걸 고려한다면, 그들은 현재의 인식을 바꾸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이곳에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글쎄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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