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팀’으로서 일궈낸 결과물이다.
삼성은 슈퍼스타라 불릴 만한 선수가 없다. ‘큐베’ 이성진이나 ‘크라운’ 이민호가 각 포지션에서 3손가락 안에 드는 인재라 평가받긴 하지만 그들 역시 라이벌 ‘스멥’ 송경호나 ‘페이커’ 이상혁의 네임 밸류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들은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팀으로서 똘똘 뭉쳤다. 그리고 슈퍼 팀을 차례차례 격파, 기어코 롤드컵 우승까지 쟁취해냈다. 팀 삼성의 첫 제물은 kt 롤스터였다. 정규 시즌 내내 쩔쩔맸던 상대였지만,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경기 지난 9월 롤드컵 지역 선발전 최종전에서는 세트스코어 3대0 퍼펙트 게임을 연출해내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어 지난 10월 롤드컵 8강전에서는 ‘프릴라’ 김종인과 강범현이 버티고 있는 2017 롤챔스 서머 우승팀 롱주 게이밍을 3대0으로 격파했다. 모두가 롱주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삼성은 고도의 픽밴과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롱주의 노림수를 모두 파훼했다.
4일 결승전은 백미 중의 백미였다.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단 1번도 져보지 않은 SK텔레콤 T1 상대로 다시 한번 3대0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6년 결승 무대에서 2대3으로 석패했던, 지난 8월 롤챔스 서머 플레이 오프에서 0대3 완패를 안겼던 팀을 상대로 밴픽부터 경기 내용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 흠잡을 것 없는 경기를 펼친 것이다.
우승 후 기자단 인터뷰에서 이성진은 “세계 최고 탑라이너가 된 것보다 세계 최고 팀이 된 것이 더 뿌듯하다”고 밝혔다. 농담 삼아 “탑라이너 타이틀보다 상금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지만, 삼성의 강함이 바로 그 팀 스피릿에서 왔다는 것을 이제 만천하가 알고 있다. 사실상 언중유골이었던 셈이다.
베이징│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