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가능성과 아쉬움 공존했던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옐로카드] 가능성과 아쉬움 공존했던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가능성과 아쉬움 공존했던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기사승인 2017-11-21 18:04:28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블루홀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지스타 특설 무대에서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했다. ‘인비테이셔널’이라는 단어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일종의 청사진이었다.

대회는 기대치 이상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스타 기간 내내 블루홀 부스 앞은 현장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블루홀 측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4000만 명이 동시 시청했을 만큼 인터넷 스트리밍 역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당초 가장 우려했던 옵서빙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핵심은 빠른 화면 전환이었다. 대다수 참가자가 생존한 경기 초반에는 한 화면을 오래 잡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비춰 생존 여부, 이동 동선, 아이템 습득 현황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선수 시점과 제3자 시점 그리고 에란겔 섬 전체 지도를 쉴 틈 없이 바꿔가며 중계했다. 공중 보급의 내용물과 이를 두고 교전을 벌이는 참가자의 모습도 빠짐없이 전달했다. 또한 팀 보이스를 공개해 시청자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끔 도왔다.

해설 또한 전문성이 돋보였다. e스포츠 베테랑 성승헌 캐스터, 김동준 해설위원의 노련함과 신인 김지수 해설위원의 신선함이 듣기 좋게 버무려져 대회 감초 역할을 했다. 배틀그라운드를 잘 모르는 사람부터 마니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청자들이 만족감을 표했다.

매 라운드 종료 후 이뤄진 우승자 인터뷰나 리뷰 스테이지 등도 칭찬받을 만했다. 초반 비행기의 방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부터 각종 중요 포인트를 다시 한 번 짚어줬다. 휴식 시간에도 시청자를 잡아둘 수 있는 좋은 카드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건 아니다. 미흡한 점도 있었다. 우선 최종 라운드 종료 후 총점 합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는 대회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심지어 우승자도 경기 종료 당시에는 최종 순위를 몰랐다. 때문에 실컷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4라운드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결정하다 보니 대다수 참가자는 ‘순위방어’ 작전을 펼쳤다. 솔로·듀오보다 스쿼드 모드 대회에, 첫 라운드보다 마지막 라운드에 이런 경향이 심했다.

안전지역이 3번 좁아지기 전까지는 사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행여나 그때 죽으면 ‘의문사’ 또는 ‘실수’라고 표현했다. 전투 경쟁력이 부족한 참가자는 라운드 시작부터 끝까지 해수면에 숨어있는 이른바 ‘용왕메타’를 활용하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는 3인칭 모드로 대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3인칭 모드는 은·엄폐물에 숨어 전후좌우를 둘러볼 수 있으므로 건물 내부에 있는 쪽이 크게 유리하다. 따라서 참가자 입장에서 초원을 누비며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쿼드 모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 iFTY는 최대한 싸움을 기피하고 안전지대 진입만을 목표로 움직였다. 운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 결과 단 1라운드도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꾸준하게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최종 점수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용왕메타’ 또는 한 지점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존버메타’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배틀로열 게임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걸 입증하는 장르.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게임 분위기가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원래 이런 게임’이라고 해서 시청자가 재미없는 걸 그냥 봐야 할 이유는 없다.

같은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열린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은 1인칭 모드로 대회를 진행했고, 경기에 박진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다수 유저가 3인칭 모드로 게임을 즐기는 상황에서 e스포츠 대회만 1인칭으로 여는 건 과연 타당한 결정일까? 이 또한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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