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 최초로 배틀그라운드 프로리그를 개최, 새로운 e스포츠 시장을 개척코자 한다. 오는 12월 3째 주 개막하는 APL 파일럿 시즌은 서울 서교에 있는 아프리카TV 홍대 오픈 스튜디오에 치러진다. 스쿼드와 솔로 모드만 펼쳐지며 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는 23일 서울 대치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아프리카TV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리그(APL) 파일럿 시즌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APL의 세부 진행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채정원 아프리카TV 인터렉티브 콘텐츠 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진 프로덕션(제작자)이 e스포츠를 주도해왔지만, 뉴미디어 e스포츠 산업은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PL을 이루는 건 프로덕션·스트리밍·오거나이저(기획자) 3가지 요소”라며 “이 3가지를 모두 가진 아프리카TV와 종목사 펍지 주식회사가 함께 리그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채 본부장은 APL을 이루는 4가지 핵심 요소로 ▲ 유저를 위한 에코시스템 ▲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스탠더드 확립 ▲ 뉴미디어 e스포츠 확립 ▲ 아프리카TV의 e스포츠 부분 적극 투자를 꼽았다.
이중 에코 시스템은 일반 유저부터 프로게이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참가자들이 함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돕는 이른바 ‘풀뿌리 리그’ 구조를 뜻한다.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아프리카TV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배케스·배동스·배상스 등 커뮤니티·아마추어 유저 대상 스크림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다.
채 본부장은 “1대1로 진행 가능한 스타크래프트 등 기존 e스포츠 종목과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80명이 모여야 스크림이 가능하다”며 “새로운 고수들이 등장해 실력을 보여주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주기적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스크림을 매칭할 예정”이라면서 “2주 1번, 적어도 최소 1달 1번씩은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풀뿌리 리그 중간 티어를 구성하는 건 배틀그라운드 멸망전·지스타 인비테이셔널과 같은 오프라인 대회다. 채 본부장은 “프로-세미프로 등용문이 될 수 있는 중간 티어 콘텐츠를 분기별 1번씩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프리카TV가 그리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큰 그림’의 방점은 APL 파일럿 시즌이다. 아프리카TV 브로드캐스팅 자키(BJ)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채 본부장은 “가장 신경 써서 공을 들이고, 역량을 총동원한 프로 리그”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발성 대회였던 지스타 인비테이셔널 등과 달리 약 2개월 동안 이어지는 리그인 만큼 포인트 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아프리카TV는 데이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하루에 3라운드를 모두 제패해 총 600점을 쌓더라도, 결과적으로 얻는 총점은 당일 1위에게 주어지는 200점뿐이다. 초반 상하위권 격차가 벌어질 시 하위권이 동기부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끔 일종의 완충장치를 설계한 것이다.
파일럿 리그에는 하루 동안 총 3개 라운드가 펼쳐지며, 이것이 모여 1개의 데이를 이룬다. 4개 데이는 1개 스플릿을, 3개 스플릿은 파이널로 가는 관문이 된다. 3번의 스플릿 동안 가장 많은 누적 포인트를 쌓은 상위 20팀이 파이널에 진출하는 형식이다. 또한 매 스플릿 시작 전 예선전을 진행해 20팀을 선발하고, 2·3번째 스플릿에는 전 스플릿 상위 4개 팀이 시드권을 받는다.
채 본부장은 제작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생존은 25분 이상이지만 교전 상황은 5분 이하”라면서 “이번 지스타에서 실시간 데이터 체크와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프리카TV는 이번 APL에 6명의 옵서버와 4명의 작가를 투입한다. 옵서버는 복수의 게이머·해설자 출신으로 구성했으며, 각각의 화면은 아프리카TV를 통해 상시 중계할 예정이다.
아프리카TV 측은 옵서버와 중계진의 실시간 소통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놓친 장면은 리플레이를 통해 중계하고, 포인트 및 순위 정보 등을 상시 표기한다. 주요 선수들의 생사 여부 또한 지속적으로 전달할 전망이다. 채 본부장은 “최소한 각 팀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체크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L 전용 경기장도 건설한다. 채 본부장은 “선수들이 최적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는 있겠지만, 오픈 스튜디오가 e스포츠를 위해서 지어진 건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픈 스튜디오는 BJ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대형 PC 카페다. 그는 “경기를 플레이하고, 이를 중계하긴 좋지만 팬들의 응원을 위한 환경은 제공돼있지 않다”면서 “추후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APL 전용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