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 투입된 북미 LCS, ‘코리안 액소더스2’는 없었다

거대 자본 투입된 북미 LCS, ‘코리안 액소더스2’는 없었다

거대 자본 투입된 북미 LCS, ‘코리안 액소더스2’는 없었다

기사승인 2017-11-27 19:13:48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휴스턴 로키츠 등 복수의 메이저 스포츠 프랜차이즈가 e스포츠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시즌. 이들의 압도적 자본력에 매료된 한국인 선수가 대거 북미로 이적하는 이른바 ‘코리안 액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북미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NA LCS)에 참가하는 10팀의 2018 스프링 스플릿 로스터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각종 뉴스와 루머가 북미 지역 커뮤니티를 뒤덮는 가운데 한국인 선수의 이적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임팩트’ 정언영이나 ‘플레임’ 이호종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는 있으나 이들은 이미 지난 시즌을 북미 리그를 소화했던 선수들. 현지 팬에게 생소한 인물이 아니다.

올해 코리안 액소더스가 발생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혼재해있다. 우선 최상위권 선수들이 해외 진출보다 한국 잔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해외 이적의 가장 큰 메리트는 높은 연봉인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 규모가 팽창하면서 롤챔스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 콘텐츠 진흥원(콘진원)이 발간한 ‘2017 e스포츠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프로 선수 평균 연봉은 9770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6406만 원에서 52.5%나 늘어난 수치다. 콘진원은 이를 두고 “해외진출 후 복귀한 선수들과 기존 스타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억대 연봉자가 다수 배출되면서 평균 연봉이 급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활동했던 세계 정상급 선수도 쿠키뉴스에 “해외 대우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의 수입도 절대 적은 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다.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서머 스플릿과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자가 각자 달랐을 만큼 각 팀 전력이 상향평준화됐다. 이에 상위권 팀에서는 ‘1시즌 더 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롤드컵 본선 티켓을 아쉽게 놓친 한 팀 관계자는 “롤드컵 선발전 직후부터 팀 내에서 재계약 논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최상위권 팀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같은 멤버로 재도전을 택하자 자연스레 중위권 팀 이적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 시즌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한 팀의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선수들도 SK 텔레콤 T1 같은 팀에 가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최상위권 팀은 로스터 변동 없이 그대로 갈 것 같다’는 묘한 기류가 돌았고, 때문에 중상위권 팀 선수들로써는 FA 시장의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선수들이 FA 시장을 기피하고, 대신 서둘러 재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북미 팀도 전처럼 한국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해외 팀이 한국 선수 영입으로 예상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을 두고 “해외 팀이 피를 봤다”고 표현했다. 제 아무리 롤챔스에서 날고 기었던 선수라도 해외 팀에서는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한국 선수가 가장 빛나는 건 5명이 ‘원 팀’으로 똘똘 뭉쳤을 때다. 단순 개인 기량만 놓고 봤을 때는 현지에서도 그만큼 뛰어난 선수를 구할 수 있다. 북미 팀이 다년간 ‘피를 보며’ 체득한 교훈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시즌 북미 탑라이너 전쟁이었다. ‘썸데이’ 김찬호와 ‘플레임’ 이호종 그리고 ‘루퍼’ 장형석에 이르기까지 롤챔스에서 날고 기었던 탑라이너들이 지난 시즌 북미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지역 최고의 탑라이너로 인정받은 건 미국인 ‘하운처’ 케빈 야넬이었다. 개인 기량은 경쟁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팀원과 의사소통이 원활했던 그가 북미에서 가장 좋은 ‘팀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차기 시즌을 북미에서 치르는 한국인 선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카운터 로직 게이밍(CLG)은 터줏대감 ‘후히’ 최재현(프랑스 국적)과 이적생 ‘레인오버’ 김의진으로 용병 슬롯을 채웠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완벽한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코 폭스도 ‘후니’ 허승훈과 ‘페닉스’ 김재훈을 영입했다. 허승훈은 올 시즌 SK텔레콤 T1에서 활약했지만 해외 활동 기간이 더 길다. 김재훈 역시 지난 2014년 이후 쭉 북미에서만 팀을 옮겨 의사소통에 제약이 적다.

이밖에 ‘썸데이’ 김찬호, ‘류’ 류상욱, ‘리라’ 남태유, ‘플레임’ 이호종, ‘플라이’ 송용준, ‘애로우’ 노동현, ‘임팩트’ 정언영, ‘올레’ 김주성 등이 차기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북미 팀의 부름을 받았다. 모두 지난 시즌 북미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일부 선수는 통역 없이 인터뷰를 수행할 만큼 영어 의사소통에 능하다.

외국 선수는 2인까지 동시 출전을 허용하는 일명 ‘용병 쿼터제’가 건재한 가운데, 유럽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유럽 정상급 선수가 북미 진출을 타진하는 ‘유로피안 액소더스’ 현상이 심화된 것도 한국 선수의 북미행을 소극적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미 G2 e스포츠에서 다년간 활동한 ‘즈벤’ 예스퍼 스벤닝센과 ‘미시’ 알폰소 로드리게즈와 H2K 출신의 ‘페비벤’ 페비앙 디엡스트라텐이 각 팀의 용병 슬롯을 한 자리씩 꿰찼다. 미스핏츠를 롤드컵 8강에 올린 ‘파워오브이블’ 트리스탄 슈라게 역시 옵틱 게이밍으로 둥지를 옮길 전망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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