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롤챔스에는 없는 LCS의 스포츠화

[옐로카드] 롤챔스에는 없는 LCS의 스포츠화

[옐로카드] 롤챔스에는 없는 LCS의 스포츠화

기사승인 2018-01-05 18:17:25

e스포츠는 젊다. 1990년대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 인기와 함께 태동했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스무 살쯤이다. 스포츠 종목으로는 최연소다. 그래서 여전히 메이저 스포츠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고령의 종목들이 한 세기 풍파를 버티면서 발굴해낸, 대중을 사로잡는 노하우들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속적으로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LCS)를 통해 메이저 스포츠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2016년 도입한 LCS 어워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LCS 어워드는 해당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방송 관계자·현역 선수·코칭스태프·언론인 등으로 이뤄진 투표인단에 의해 뽑힌다. 포지션별로 선정된 최상위 득표자 3명은 점수 집계에 따라 퍼스트·세컨드·서드 팀의 영예를 안는다. 최고의 선수·코치·신인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가려진다.

이는 미국 프로농구 연맹(NBA)의 올-NBA 팀과 같은 포맷이다. 메이저 리그의 골든 글러브나, 축구의 월드 베스트 일레븐도 궤를 같이한다. 이와 같은 시상식은 프로 스포츠의 꽃이다. 한 해 또는 시즌을 결산하는 자리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큰 명예가 될 수 있다. 실적은 곧 역사가 된다. 가령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커리어 통산 10회 퍼스트 팀을 수상했다. 세컨드 팀도 1회 선정됐다. 이 기록은 그가 10년 동안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 자리를 지켜왔음을 알리는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e스포츠 협회가 매해 주최하는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서도 비슷한 시상이 이뤄진 바 있다. 주최 측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선수를 대상으로 포지션별 최고 선수상을 시상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4년 시상식이 잠정 연기되고, 이후 종목별 본상 수여로 시상 체계가 재정립되면서 포지션별 수상자 또한 명맥이 끊겼다.

현재 롤챔스는 시즌 MVP 포인트 최다 득점자를 시즌 MVP로 선정하고, 각 포지션별로 시즌 평균 KDA가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도 최우수 KDA 상을 시상한다. 북미·유럽의 시상식에 비하면 어딘가 밋밋하다. 게다가 KDA는 선수의 활약도와 반드시 비례하는 수치도 아니다.

북미 LCS는 최근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하며 또 한 번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기존의 챌린저스 시리즈 및 이와 연계되는 승강전을 모두 철폐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 리그(아카데미 리그)를 도입했다. 이는 메이저 리그 산하 마이너 리그나, NBA의 G리그와 비슷한 형태다.

프랜차이즈 제도는 선수와 팀 모두에게 반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선수에게는 설사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2군 리그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자신의 가치를 재증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팀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가 메타 부적응 등으로 휘청거릴 때 2군 선수를 활용할 수 있어 전력 안정화가 가능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질 치열한 주전 경쟁 또한 리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 팀마다 편차는 존재하겠으나, 2군 선수 중에도 1군 선수 못지않은 기량의 소유자들이 있다. 이미 ‘피글렛’ 채광진, ‘미키’ 손영민 등 지난 시즌 LCS 1부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아카데미 팀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국제 대회에서 북미 팀을 연파하면서 몸값을 올린 베트남의 보석 ‘리바이’ 도 주이 칸도 100 씨브스의 아카데미 팀으로 이적했다. 이들은 결코 2군에서 커리어를 마감할 역량의 선수들이 아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오버워치 리그와 같은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LGD 게이밍은 이미 항저우를 연고로 선점하고, 전용 경기장을 신설했다. 나름의 홈구장을 갖춘 셈이다.

한국도 지난 2015년 1팀 체재 개편과 함께 10인 엔트리 의무화 및 2군 리그 신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 준비 미흡 및 일부 팀의 불참 등 각종 애로사항이 겹쳐 1시즌 만에 금세 폐지됐다.

반대로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이 먼저 앞서나간 분야도 있다. 트라이아웃 제도가 그렇다. 신인 발굴의 장인 트라이아웃은 협회 주도하에 지난 2015년 11월 처음 진행됐다. 이후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지난해 12월 제3회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북미 LCS는 스카우팅 그라운즈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6년부터 트라이아웃을 개최하고, 신인을 발굴하고 있다. 솔로 랭크 최상위권 아마추어를 모아놓고 리그 주관으로 진행한다. 참가 선수는 활약 여부에 따라 LCS 조직으로부터 훈련받은 뒤 드래프트에서 간택 받을 기회를 얻는다. 드래프트 현장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한다. 지난해 북미 올스타로 선정된 ‘마이크영’ 마이클 영이 이 제도를 통해 데뷔했다.

지난 2017년은 e스포츠 시장이 여러모로 시끌벅적했던 한 해였다. 최초의 지역 연고제 e스포츠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가 첫발을 내디뎠고, 국산 대작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 역시 숨 고를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두 종목은 롤챔스와 파이를 놓고 겨루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롤챔스도 어느덧 만 다섯 살이 되었다. 진일보는 필연적 과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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