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일한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받는다면 어떨까요. SBS ‘동상이몽’에서 임금을 상품권으로 줬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SBS 측은 즉각 이에 관해 ‘잘못된 일’이라며 “불합리한 점은 즉각 시정하겠다”고 공식 사과를 전했죠. 그러나 어떻게 시정할지, 그리고 내부 제보자 색출에 관한 것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지난 11일 한겨레는 SBS ‘동상이몽’에서 일했던 20년차 촬영감독 A씨가 6개월치의 임금 900만 원을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임금 지급 시점은 프로그램 종료 4개월 후.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게다가 보도 이후 ‘동상이몽’의 연출을 맡은 서 모 PD는 제보자에게 직접 전화해 상품권 임금 지급에 관해 ‘내부 관행’이라며 “내부 관행을 모른 것에 대해 기자에게 얘기를 하면 우리가 복잡해진다”며 “내부 이야기를 바깥에 공식적으로 하면 그 회사 조직에 누가 되지 않겠나”라며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죠. 덧붙여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그렇게(상품권으로 임금 지급)했다”며 SBS 사내에 이같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만연함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SBS측은 바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를 전했습니다. “SBS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외부 인력에게 용역 대금의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된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다. 현재 용역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사례와 규모에 대해 조사 중이며 불합리한 점은 즉각 시정할 계획”이라며 “이 일로 인해 SBS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애쓴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알렸죠.
그러나 SBS측의 사과문에는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제보자에 대한 사과와 향후 명확한 대책 마련 등이 없다는 것이죠. 덧붙여 서 모 PD의 제보자 협박 등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언론시민단체 ‘언론연대’는 보도 이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제보자 A 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업계 전반의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죠.
언론연대 측은 “이번 사건은 단지 서모 PD의 일탈이라고 봐선 안 된다”며 “한겨레 녹취파일에서도 드러났듯, SBS 내 조직적으로 '상품권 페이'가 이뤄졌다. 구조적인 실태점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SBS가 근본적 개선과 재발방지를 하고자 한다면 제보자 A 씨에 대한 사과-부당한 대우 금지 약속부터 시작하라.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 취지에 맞게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하라”고 촉구했죠. SBS의 사과문이 보여주기식 사과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