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SV의 미드라이너 ‘크라운’ 이민호는 득도한 듯 보인다. 지난 롤드컵부터 ‘즐기자’는 마인드로 게임을 치르고 있는 그는 2018년을 마무리할 때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요즘엔 놀 수 있을 때 놀고, 쉴 수 있을 때 쉬려고 해요. 8년째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데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더라고요. 스트레스는 받는데 풀 곳은 없고, 지방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아서요. 드라마나 예능도 보기 시작했어요”
요즘 그의 모토는 “연습 때도 최선을 다하고, 본 경기에서는 즐기자는 마인드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민호는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즐기는 자는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오늘 경기에서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후보로 거론되는 ‘비디디’ 곽보성 상대로 솔로 킬을 따냈다. 복수심에 불탄 상대가 맹추격했지만, 그는 공간 왜곡으로 저만치 달아났다. KSV가 승리의 물꼬를 트는 순간이었다. 이민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제가 라인을 밀어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곽보성이 무리하게 딜 교환을 시도해 받아쳤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매해 연말이면 후회했다는 이민호. 그는 올해 목표로 “스프링·서머·롤드컵 모두 끝나고 12월 쯤 스스로 판단했을 때 후회하지 않는 것”을 정했다. 이번 2018시즌에는 이민호뿐만 아니라 KSV 선수단 전원이 한층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롤챔스에서 가장 호전적인 팀 킹존을 2대0으로 찍어 누른 이들은 오늘 3차례나 에이스를 띄웠다. 약점으로 평가됐던 초·중반 운영도 보다 세밀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민호는 “누워서 플레이한다는 말을 몇 년 째 듣고 있지만 우리는 상황에 맞춰서 플레이할 뿐이다. 불리하면 누워있고, 유리하면 유리한 대로 플레이하며 실수를 줄이고 있다”면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6명의 톱니바퀴가 정확하게 맞춰져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들의 다음 상대는 진에어 그린윙스. 이민호는 옛 동료 ‘레이스’ 권지민과 맞붙는다. 그는 “승부 예측은 잘 안 된다. 권지민이 잘했으면 좋겠지만, 저는 그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봐줄 생각도 없고, 저는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경기를 펼칠 예정”이라고 선전포고했다. 2018년, 8년 차 프로게이머 이민호는 비로소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서초│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