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와드]는 지난 게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없는지 꼼꼼하게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한 층 더 치열해진 별들의 전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플레이메이커의 활약 유무였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 1주 차 경기가 진행됐다. bbq 올리버스는 콩두 몬스터를 세트스코어 2대1로 꺾었다. KSV e스포츠는 진에어 그린윙스를 2대0으로 눌렀다.
두 경기 모두 접전이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희비는 플레이메이커의 변수 창출 능력에서 갈렸다. 이날 bbq와 KSV에는 게임 판도를 바꿀 만한 선수가 있었고, 콩두와 진에어에는 없었다.
bbq의 해결사는 서포터 ‘이그나’ 이동근이었다. 이동근은 알리스타·블리츠크랭크·쓰레쉬 등 주도적으로 게임을 설계할 수 있는 챔피언을 선호하는 선수. 능동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던 bbq에게 가장 필요했던 재능이기도 했다.
그의 가치는 이날 3세트에 100% 발휘됐다. 물려서 싸웠던 bbq가 물어서 싸우는 bbq로 변모했음을 증명했다. 이동근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박치기(W)·분쇄(Q) 콤보는 잇달아 콩두 탱커진에 적중했고, 이는 bbq 딜러진이 선제공격을 펼치는 발판이 됐다. 이 경기에서 이동근은 팀이 기록한 18킬 중 17킬(1킬·16어시스트)에 기여했고, bbq는 오브젝트를 독식한 채 게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2세트에 부족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bbq는 시종일관 리드했던 게임에서 내셔 남작 사냥을 망설였고, 결국 20분 가까이를 허비했다. 자칫하면 콩두 쪽으로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 bbq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답습됐던 게임이었다.
플레이메이커의 가치는 이날 진행된 2경기, KSV 대 진에어전에서도 확인됐다. KSV는 1세트에 강력한 라인전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갔으나, 중반에 집중력을 잃으면서 무너져 내렸다. 이들은 한동안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테디’ 박진성의 베인 키우기 전략을 파훼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앰비션’ 강찬용의 노련함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자크를 플레이한 강찬용은 경기 후반 대치 상황에서 새총발사(E)를 사용, 정확하게 박진성의 베인을 저격했다. 박진성은 순간 KSV의 공격 범위 안으로 당겨졌고, 곧 각종 스킬에 피격당해 쓰러졌다. 암담했던 흐름이 다시금 KSV 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강찬용의 과감한 판단력은 경기 승패를 결정지은 48분 마지막 전투에서도 빛났다. 사냥하던 내셔 남작의 체력이 2000대로 줄어든 상황, 강찬용은 자신의 공격 범위 안에서 박진성이 포착되자 주저 없이 내셔 남작 사냥을 포기했다. 그 대신 박진성의 베인에게 달려들었다. 강찬용이 달려들자 KSV의 나머지 멤버들도 미련 없이 내셔 남작을 버렸다. 그 대신 베인을 쫓아갔고, 곧 킬을 만들어냈다. 베인 잃은 베인 키우기 조합은 와르르 무너졌다. 강찬용의 게임 설계에 대한 팀원들의 절대적 신뢰가 엿보인 장면이었다.
경기의 패자로 남은 콩두와 진에어에 플레이메이커라 부를 만한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콩두는 이미 정글러 ‘레이즈’ 오지환의 공격적인 갱킹 설계로 MVP라는 대어를 낚았다. 진에어에도 설계왕으로 불리는 ‘엄티’ 엄성현이 있었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 팀의 두 선수가 더 빛났고, 그 점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