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염력'… 내내 영화 곱씹게 하는 힘

[쿡리뷰]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염력'… 내내 영화 곱씹게 하는 힘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염력'… 내내 영화 곱씹게 하는 힘

기사승인 2018-01-24 00:00:00

어머니와 둘이서 낡은 상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루미(심은경)는 상가구역 재개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용역깡패들의 행패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악에 받쳐 용역 회사 사장과 싸우는 루미에게 찾아온 것은 오래 전 집을 나간 아버지 신석헌(류승룡)이다. 신석헌은 보증을 잘못 서 루미의 어머니와 이혼 후 홀로 지내다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상황을 알게 된다.

석헌도 마냥 편안한 인생은 아니다. 건물 경비로 일하며 은행에서 커피 믹스를 조금씩 빼돌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 함께 일하던 다른 청소 관리 직원이 석헌을 흉내내다가 커피 믹스 재고 관리에 대한 추궁을 받아도 모른척 하는 성격이다. 그러던 중 석헌은 어느 날부터 자신에게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염력이다.

건설사에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는 상가 사람들과, 막무가내인 건설사. 그러나 염력을 가진 석헌이 루미의 상가 개발 싸움에 끼어들며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다. 석헌에게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원망하던 루미도, 용역 깡패들도 석헌을 주목하게 된다.

영화 ‘염력’(감독 연상호)은 ‘한국의 평범한 아저씨가 초능력자가 된다면 일어날 법한 상황’에 주목한다. 본디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연상호는 만화적 상상력에 영화의 문법을 더해 ‘염력’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 상황, 사건 모두 영화계에서는 주류의 것인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비주류다. 그 간극 사이에서 춤추는 특수효과는 놀라움을 넘어 관객을 당황케 한다.

그러나 ‘염력’은 애당초 주목받았듯 ‘한국형 히어로 무비’는 아니다. 정확히는 한국 정서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비주류 초능력자의 희극적 서사에 가깝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기껏 밤무대에 써먹으며 돈을 벌어보려는 석헌의 모습은 먹고 사는데 급급해 개인의 특별함에는 관심이 없는 한국 사회의 정서를 돌이켜보게 한다.

연상호 감독의 센스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카메오로 출연한 정유미가 맡은 홍 상무 캐릭터일 것이다. 사회적 강자들의 밑에서 일하면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고 신석헌과 자신을 묶어 비하하거나, 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 앞에서 스스로를 현상과 분리해 감탄 섞인 박수를 치는 모습은 다분히 만화적이다. 영화 전체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과 같은 흥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못할 것이나, 연 감독의 팬층을 굳히기에는 충분하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은 내내 영화를 곱씹다 헛웃음 짓기를 반복할 것이다.

23일 서울 CGV용산점에서 ‘염력’ 언론시사회 후 연상호 감독은 “'염력'은 전작인 '부산행'이 성공하지 못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며 ““초능력 소재에 사회적 메세지가 강한 코미디를 섞어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도시 재개발이라고 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시스템의 문제와 인간적인 히어로의 대결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오는 31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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