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식스맨 ‘하루’ 강민승, KSV의 마지막 퍼즐

[롤챔스] 식스맨 ‘하루’ 강민승, KSV의 마지막 퍼즐

기사승인 2018-01-26 15:41:24

식스맨은 주전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가치가 100% 발휘된다. 그런 점에서 정글러 ‘하루’ 강민승은 KSV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6번째 퍼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KSV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 2주 차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세트스코어 2대1로 꺾었다.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으나, 이후 교체 투입된 강민승이 2·3세트 맹활약을 펼치면서 판도를 뒤집었다.

평소 KSV의 팀컬러는 ‘안정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전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이 있다. 강찬용은 침착성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때로는 경기 초반의 소극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제 대회에서는 공격적인 중국·대만 지역 정글러들에게 몇 차례 애를 먹기도 했다.

강민승은 강찬용이 갖지 못한 호전성을 갖고 있다. 때로는 그게 과해 게임을 그르치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전에서는 오롯이 장점만이 발휘됐다. 기존의 KSV가 만들 수 없었던 게임을 강민승은 설계해냈다.

2세트 대규모 교전 상황에서 집요하리만치 상대 원거리 딜러 ‘크레이머’ 하종훈(이즈리얼)을 물어 딜 로스를 만들어낸 게 그 대표적 예였다. 수차례 반복된 대규모 교전 상황에서 하종훈은 자리 잡기에만 열중해야 했다. 주력 딜러가 살아남기에 바빴던 아프리카는 싸움을 이길 수 없었다. 그게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강민승만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렝가라는 특정 챔피언의 숙련도다. 아프리카전이 열리기 전까지 렝가는 롤챔스에서 총 3회 사용됐다. 강찬용이 2회, 이다윤이 1회 사용했다. 현재로써는 KSV 외에 고평가하는 팀이 없는 픽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렝가를 애용해왔던 강민승은 주류 메타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 렝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주류 정글러 못지않게 능히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그의 렝가 승률은 80%(8승2패)에 달했다.

강민승은 이날 3세트 16분 바텀 교전 상황에서 상대 원거리 딜러 ‘크레이머’ 하종훈(칼리스타)을 순식간에 암살해냈다. 이른바 ‘킬 견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슈퍼 플레이는 곧 트리플 킬로 이어졌고, 게임은 순식간에 KSV 쪽으로 기울었다.

강민승은 19분 ‘큐베’ 이성진(오른)과 ‘기인’ 김기인(나르)의 맞대결 구도에 개입했고, 예상치 못한 궁극기 활용으로 김기인의 점멸을 소모시켰다. 22분에도 김기인을 괴롭혀 ‘쿠로’ 이서행(카사딘)의 순간이동을 소모케 했다. 1-3-1 스플릿 운영으로 재미를 보려던 아프리카의 꿈은 강민승의 렝가에 가로막혀 물거품이 됐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코어장전’ 조용인에 따르면 강민승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팀 게임에 참여해왔으며, 언제든 출전할 준비가 돼있었다고 한다. 강민승은 실제 게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투입된 2·3세트 모두 최고 수훈 선수에 선정됐다.

식스맨은 언제든지 출전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출전 기회를 약속 받을 수 없고, 아무 때나 팀이 원할 때면 부스에 투입돼야 한다. 바꿔 말하면 컨디션 난조가 용납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전에서 강민승이 식스맨으로서 빛났던 또 하나의 이유다.

혹자는 식스맨이 허울 좋은 표현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후보 선수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식스맨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팀도 적잖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5일 아프리카전에서 강민승이 보여준 플레이가 세계 최강 KSV의 주전 5인방 중 가장 빛났다는 점이다. 강민승이 있었기에 KSV는 단독 1위를 지켜낼 수 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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