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 설까지 이어진 지진·화재 피해자의 ‘고통’

[설 기획] 설까지 이어진 지진·화재 피해자의 ‘고통’

기사승인 2018-02-17 06:00:00

민족 대명절인 설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지진을 피해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밀양·제천 화재 참사 피해자들이다.

지난 11일 오전 5시3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5㎞(흥해읍 학천리) 주변에서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15일 흥해읍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이후 여진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이날 여진으로 인해 총 36명이 다쳤다. 외벽이 부서지거나 승강기가 고장 나는 등 피해 신고도 134여건 접수됐다.

포항시의 재난 대응 행정은 설을 앞둔 이재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키웠다. 포항시는 여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일 “이재민 상당수가 거처를 옮긴 데다 봉사단체 회원들의 피로도가 높다”며 “이달 10일부터 대피소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대피소 폐쇄 방침을 통보했다. 이후 다수 이재민이 대피소를 떠났다. 하지만 강력한 여진이 발생, 포항시가 지진 피해를 키울 뻔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포항시가 대피소 폐쇄를 발표한 뒤 이재민들이 사용하던 텐트 20여동을 철거했다. 대피소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면서 1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설 연휴에 갈 곳 없는 이재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화재로 가족을 잃은 밀양·제천 사고 유가족들도 설 명절이 반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21일 충북 제천 하소동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8층 건물을 뒤덮었다. 이 사고로 총 29명 사망,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천 화재 현장에서 다친 부상자와 유가족을 비롯,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제천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한 달여 간 시에서 운영한 심리안정지원팀의 심리 치료·상담 건수는 600건을 넘었다.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 하루에 한 번꼴로 상담을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제천 화재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형 사고가 또 터졌다.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 가곡동에 위치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병원 탕비실에서 발화가 시작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당시 병원에는 본관 및 별관을 합해 총 177명이 입원 중이었다. 이 사고로 지난 9일 기준 48명이 사망, 14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밀양의 경우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정도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번 참사로 인한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천에 이어 밀양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난 것을 지켜본 국민에게 안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이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만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서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국가 안전 대점검’을 말하기 무섭게 또 불이 났다.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화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 등에게만 떠넘기려 해서는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없다. 반복되는 전기 합선 등의 화재 사고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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