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팀들이 아시아대항전에서 시즌 2번째 시험대에 오른다. 아직 몸이 채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지만 첫 단추를 꿰는 때인 만큼 각 팀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 시즌 FA컵에서 우승컵을 든 울산 현대는 20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가와사키와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예선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같은 날 오후 9시(한국시간) 전북 현대는 청콴오 스포츠 경기장에서 킷치SC(홍콩)와 맞붙는다. 21일엔 수원과 제주가 각각 가시마 애틀러스와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상대한다.
#울산, 방패 시험대=울산은 가와사키를 상대로 자신들의 방패가 얼마나 튼튼한지 시험해볼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지난 1차전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는 멜버른 원정전을 3-3으로 매듭지었다. 당시 울산은 선취득점에 성공했지만 이후 실점과 득점을 반복하며 무승부를 허용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울산은 42골 45실점으로 골득실이 -3이지만 4위에 올랐다. 아래 순위인 서울(+14), 포항(+4), 대구(-2)보다도 좋지 않다. 울산이 튼실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속 있게 승점을 쌓았기에 가능한 순위였다. 이번 ACL 2차전에서 만나는 가와사키는 34경기에서 71득점을 쏟아내며 닥공의 끝을 보여준 ‘창’의 팀이다. 울산이 방패의 강도를 시험해보기에 더 없이 좋은 상대다.
#전북, 왕의 귀환=전북은 이번 시즌 ACL에 강한 열의를 드러냈다. 최강희 감독 역시 지난해 시상식 자리에서 “더 큰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 조별리그부터 정예 멤버를 가동하겠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 첫 걸음격인 지난 1차전에서 전북은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기긴 했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다.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백전노장 이동국의 멀티골이 없었다면 시즌 첫 홈경기를 패배로 장식했을 수도 있었다. 왕의 귀환을 노리는 전북에게 좀 더 확실한 승리공식이 필요하다. 2차전 상대인 킷치는 E조 최약체로 평가된다. 왕의 귀환을 알리기에 더 없이 좋은 상대다. 최강희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조별예선 1위다. 1차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이겨냈다. 현재는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조별리그 이상이다. 확실한 분위기 업이 필요한 때다.
#수원, 데얀의 푸른 날개=데얀이 2차전에서도 푸른 날개를 뻗을까? 수원은 21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2차전 맞대결을 벌인다. 수원은 앞서 시드니 FC 원정전에서 데얀의 멀티골에 힘입어 2대0 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미친 존재감’을 보인 조나탄 공백 우려를 완벽히 날려 버리는 활약이었다. 데얀은 부담스런 원정전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수원에게 안성맞춤 플레이다. 2차전은 홈경기이다. 강적 가시마를 상대하지만 수원의 기세가 남다르다. 이번 경기에서도 데얀이 활약한다면 수원의 아시아무대 점령도 꿈같은 일만은 아니다.
#제주, 신바람 되찾아야=지난 시즌 제주의 키워드는 ‘신바람’이었다.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1차전에선 그런 활기가 없었다. 당시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세레소는 원정전임에도 높은 공 점유를 바탕으로 제주의 연계플레이를 완벽히 봉쇄했다. 공의 경로를 완벽히 차단당한 제주는 무려 25회나 인터셉트를 허용하며 자멸했다. 결국 K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1차전 패배를 맛봤다. 제주에겐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윤빛가람, 안현범, 멘디 등 주축멤버를 떠나보내고도 별다른 충원이 없었던 제주다. 21일 오후 8시 태국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부리람과 ACL 2차전을 치른다. 부리람은 G조 약체로 평가되지만 지난 1차전에서 광저우 헝다 원정전을 1-1로 마무리하는 단단함을 보였다. 제주는 어쨌든 분위기 반전의 기회다. 이번 경기에서 특유의 신바람을 되찾는다면 지난해의 돌풍을 재현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