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개막 앞둔 K리그, 흥행 골든 타임은 아직 유효한가

[옐로카드] 개막 앞둔 K리그, 흥행 골든 타임은 아직 유효한가

개막 앞둔 K리그, 흥행 골든 타임은 아직 유효한가

기사승인 2018-02-28 13:01:12

K리그가 3월1일 개막한다. 베테랑 박주호가 처음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고 FC 서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데얀은 라이벌 팀 수원으로 이적했다. 조영욱, 오세훈 등 기대주들의 첫 프로무대도 관심사다. 아울러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이 개막전에서 만난다. 

전북과 울산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K리그1(클래식)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대회 첫 단추인 동시에 현대家 우승 후보간 맞대결이다. 전북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이고, 울산은 FA컵 디펜딩 챔피언이다. 양 팀은 시즌 전 선수 보강을 알차게 하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같은 날 수원-전남, 제주-서울전이 열리며 이튿날(3일)엔 포항-대구, 강원-인천전이 예고돼있다.

흥밋거리가 산재하지만 정작 K리그를 바라보는 축구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몇 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관중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평균관중은 6486명으로 집계돼 마의 7000선이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연맹이 다시금 칼을 빼들었다. 연맹은 이번 시즌부터 유료관중만 집계에 포함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존에는 무료로 입장한 관중까지 모두 합산해 경기 중 발표했다. 또한 올해부턴 시즌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라도 경기장에 오지 않으면 집계에서 제외된다. 그야말로 ‘실 관중’을 산정하겠다는 건데, 기존 대비 관중수 낙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입장 관중을 경기 중 전광판에 표기하며 거품을 잡았던 연맹이다. 당시 평균 관중은 전년 대비 3500여명 이상 줄었지만 관중 현실화 측면에서 박수를 받았다. 이번 시즌 집계 방식 재정비로 평균관중이 5000명을 밑돌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면 구단별로 스폰서십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게 연맹측 설명이다.

유료관중 집계는 K리그가 고질병처럼 앓아온 ‘공짜표’ 근절에 의의가 있다. 연맹은 이번 조치로 리그 가치를 올리고 구단별 연고애를 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맹은 “초대권 남발 등으로 관중 수를 늘리기보다 관중 증대가 곧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늘어난 수익이 관중 유치를 위해 재투자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자 함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이 같은 정비는 훨씬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K리그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회를 살릴 기회가 있었다. 월드컵 전후로 고급스런 경기장이 전국에 들어서며 2002년 평균관중은 1만5000명에 육박했다. 허수가 상당수 있었다손 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단 1년 새에 평균관중은 9000명으로 내려가고, 이후 감소세가 지속됐다.

K리그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운영 주체의 잘못이다.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유럽축구 중계가 국내에 보편적으로 보급되며 팬들은 먼 곳의 축구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축구팬들에게 K리그는 가깝고도 먼 존재가 됐다.

곽영진 전 FIFA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은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경기와 엔터테인먼트에서 관중 참여는 대회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라면서 “관중이 꽉 차서 응원하는 동안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관중들도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중들의 입장료 수입은 대회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우수한 선수들을 키우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재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문체부가 공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폰서 시장 규모 1위는 축구였다. 많은 돈이 유입되고 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수원, 전북 등 몇몇 인기구단을 제외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연고의식에서 아쉬움을 말한다. 구단 한 관계자는 “기존 관중 집계 방식이 ‘떼우기’에 치중하게 만드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지역 밀착 마케팅이 부재했고 지역 주민들의 구단 애정도 떨어지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관중수를 무료 표로 채우는 전략은 무의미하다. 각 구간들은 유료 관중을 모으기 위해 실질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 대회 흥행을 위한 골든타임이 꽤 지난 듯 하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려는 연맹의 제스처는 의미가 있다. K리그에 대한 낮은 관심과 별개로 국가대표팀 경기는 여전히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한국-이란전에서 상알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이를 방증한다.

건실한 체계는 성장의 기반이 된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는 출범 당시부터 입장관중 수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며 튼실한 연고문화의 기초를 다졌다. 다른 종목의 사례지만 K리그가 나아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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