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美 전략무기 안 와도 된다”…한미훈련 축소 속내 들켰나

송영무 “美 전략무기 안 와도 된다”…한미훈련 축소 속내 들켰나

기사승인 2018-03-09 12:20:04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방한 중인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연합훈련(연합훈련)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8일 스위프트 사령관에게 “5월에 (전역하는 스위프트 사령관의)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한반도 주변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이 계속될 것이다. 스위프트 사령관이 자리를 잘 지켜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됐던 발언은 이후에 있었다. 송 장관은 “그때 확장억제전력이라든지 핵잠수함 같은 무기들을 사령관으로 계실 때까지는 한반도에 전개 안 하셔도 된다”라고 했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은 “준비하고 있겠다(We will be ready)”라고 답했다.

연합훈련은 앞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 한미 양국은 오는 4월 말에 연합훈련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송 장관의 말에 따르면 이번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미 측은 연합훈련의 축소나 재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 고위관리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6자회담 초청과 함께 핵·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며 “향후 예정된 연합훈련은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NBC 방송 등 역시 지난 7일(현지시각) 복수의 미 국방성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미 군사 당국이 평창올림픽 때문에 늦춘 독수리 훈련을 31일(한국시각 4월1일)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독수리 훈련이 통상적으로 2달가량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훈련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안팎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 장관이 이러한 배경을 두고 발언을 한 것이라 파장이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실을 찾아 “(송 장관이) 전역하는 스위프트 사령관에게 위로와 농담을 한 것”이라며 “재임 중 스위프트 사령관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등을 위해 고생했기 때문에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어 “오늘 송 장관이 확장억제전력을 언급한 것은 스위프트 사령관에 대한 위로와 덕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9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무장해제 발언을 했다니 매우 충격”이라며 “이번 연합훈련 축소 발언은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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