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해상에서 발생한 사고로 선원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제11제일호 전복 사고’와 관련,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통영해양경찰서는 12일 “전문기관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사고 어선은 기상악화와 선체 복원력 상실로 전복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사고 어선인 제11제일호에 탄 생존 외국인 선원 3명과 같은 선단 소속 제12제일호 선장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해경이 확보한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어선은 지난 6일 오후 2시10분께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11명이 탄 채 출항했다.
같은날 오후 7시께 통영시 앞바다에서 조업활동을 하다가 오후 11시께 조업을 마쳤다.
해경은 “기상악화로 안전해역에서 어획물 선별작업을 하려고 항해하던 중 높은 파고가 선체 후미갑판을 덮쳐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잃고 전복됐다”는 선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선박안전기술공단 통영지부가 사고 어선 전복 경위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어획물이 어창(어선 창고)가 아닌 상부 갑판상에 적재돼 있을 경우 무게 중심이 높아 선체 복원력이 작아져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사고 직전 어선은 막 조업을 마친 터라 어획물이 어창이 아닌 갑판에 놓인 상태였을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상악화에 따른 파도가 선체를 덮치면서 복원력을 상실해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려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통영지부는 판단했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로, 파고는 2~4m, 풍속 13~17m/s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제11제일호와 제12제일호가 조업금지구역을 5~7마일가량 침범해 불법 조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제11제일호와 제12제일호가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삼천포항을 오가면서 관계 기관에 입‧출항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선박들은 불법 조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선박의 위치‧속력 등 항해 정보를 자동으로 관계 기관에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고의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해경은 이 선단 선주와 제12제일호 선장 등에 대해 불법 조업과 선박 입‧출항 미신고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또 선박 복원력과 관련된 선박 증‧개축, 불법 개조 여부 등에 대해서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1시35분께 통영시 좌사리도 남서쪽 4.6㎞ 바다에서 59t급 사천 선적 쌍글이 저인망 ‘제11제일호’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제11제일호 선장 이모(57)씨 등 한국인 선원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통영=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