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지행동치료 보험수가 개편안 이대로 좋은가?

[기고] 인지행동치료 보험수가 개편안 이대로 좋은가?

기사승인 2018-03-16 14:23:05
글·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백용매 교수(전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정신보건임상심리사 1호)

[쿠키 칼럼] 심리치료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근거가 탄탄한 인지행동치료의 보험 급여화가 시행된다는 매우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재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항목들을 순차적으로 축소시켜 2022년까지 전면 보험 급여화 하려는 문케어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인지행동치료의 보험적용 문제는 정신건강분야에 효과가 입증된 심리치료를 도입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비용부담 감소와 치료 혜택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을 전공하는 심리학자로서 적극 환영하고 지지하는 바이다.

특히 인지행동치료는 엘리스와 스키너와 같은 심리학자들이 창안한 치료기법으로 성폭력 피해, 사회불안장애, 우울장애, 강박장애, ADHD치료에서 약물요법에 버금가는 효과와 재발을 억제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지행동치료의 시행주체가 학문적, 임상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심리학자는 배제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신경과 전문의에 국한하여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도록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기존의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역할과 심리학의 학문적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매우 충격적이고 비상식적인 발상으로 여겨진다.

인지행동치료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초해 개발된 행동치료와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치료, 아론 벡의 인지치료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의 거의 모든 병원에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치료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교육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지난 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이론교육과 실습교육과정에 기존 심리치료에 더하여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수련교육 커리큘럼을 개정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임상심리학 대학원 커리큘럼과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과정에 인지행동치료의 교육과 실습이 필수 영역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볼 때 인지행동치료의 시행주체에 심리학자를 배제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타당성이 부족하다.

필자는 1995년에 제정된 정신보건법에 의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을 1호로 취득하였으며, 현재 임상심리학자로서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비상임 센터장으로 10년 이상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사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체계화된 정신보건서비스 체계구축과 정부의 재정지원 및 행정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신보건법에 의해 양성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정신보건간호사로 구성되는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약 1만4000여명에 이르고,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심리평가 및 심리상담’을 주요 업무로 수행하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약 2400명이 배출되어 정신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보건소, 해바라기센터, 경찰청, 교정기관 등에서 국민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년에 1000시간 이상 소요되는 교육과정을 1년 또는 3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교육과 수련과정에는 정신질환자의 정신장애 여부 평가와 더불어 성격, 대인관계양상, 적성 등 심리적 특성의 평가와 분석을 시행하고,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생활훈련과 작업훈련,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교육과 지도 상담, 자살위기개입 및 심리치료이론과 실습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미 심리치료사로서 역할 수행과 인지행동치료의 급여화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한민국의 정신보건 현황을 진단하면서 국민정신건강증진과 부정적인 지표향상을 위해 임상심리학을 비롯한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관련 학문분야의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이번 문재인 케어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정신건강관련전문가들이 학문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높은 자살률, 장기 입원문제, 낮은 국민행복지수와 같은 정신건강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하고 삶의 질이 보장되는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열린 마음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선진화된 제도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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